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행정 처리를 해야 했다. 부가세 신고 마감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생전 처음 스스로 제출해 보는 부가가치세 정기 신고서. 홈택스에 접속하니 직장인들을 위한 '연말정산 간소화' 배너와 자영업자들을 위한 '부가가치세 신고' 배너가 나란히 보였다. 예전 같았으면 고민 없이 전자를 클릭했겠지만, 이제 내가 눌러야 할 곳은 후자라는 사실이 새삼 낯설게 다가왔다. 하지만 어색했던 게 어디 이뿐이었을까. 이후 나오는 페이지들은 하나같이 낯선 용어 투성이었다. 혼자였다면 시작부터 좌절했을 테지만, 다행히 나에겐 제미나이라는 든든한 비서가 있었다. 모르는 용어 검색부터 수치 확인, 절세 방법까지 화면을 캡처해 물어가며 한 시간 만에 빈칸을 모두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세금 감면 방법이 아니라 '매출세액', 그러니까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벌어들인 나의 소득이었다. 생각보다도 더 초라한 금액이 내 눈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만약 전직을 하지 않고 회사에서 과장 직함을 달았다면 매달 당연하게 받았을 법한 액수. '회사'라는 타이틀을 떼어낸 나의 순수한 능력치가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되자, 어쩔 수 없이 조금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언제 예전 월급을 회복하지?'라는 불안 섞인 질문 또한 막을 수 없었다. 물론 적은 매출 덕분에 내야 하는 세금 또한 소액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실이 마음에 번진 씁쓸함까지 상쇄해 주지는 못했다.
의기소침한 상태에서 한 주를 시작해서였을까, 이번 주는 유독 낙담의 빈도가 잦았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디자인 후기를 보고 와블러 디자인을 의뢰한 고객을 만난 것까진 좋았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 나의 실망스러운 면모를 연달아 발견하고 말았다. 인쇄 비용을 잘못 안내한 것도 모자라 최종 파일에서 일부 디자인이 확정 시안과 달라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자각했다.
인쇄 비용 오보에 대해선 착오를 인정하고 서둘러 고객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인쇄용 시안이 달라진 건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타자를 치는 대로 배경 박스가 생기는 특수 서체는 글자의 도형화(폰트 아웃라인) 처리를 하면 그 모양이 비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한마디로 경험 부족이었다.
12매 소량 인쇄에 오탈자 오류는 아니어서 그런지 다행히 고객은 대수롭지 않게 이해해 주었지만,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자책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마치 상사에게 호되게 혼나 풀 죽은 신입사원 같은 얼굴로 퇴근을 했다. 실상 나를 가장 매섭게 질책한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생면부지인 나를 믿고 작업을 맡겨준 사람에게 실망을 주었다는 책망이 끈질기게 나를 덮쳤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는 나에게 또 누가 일을 맡길까'하는 날카로운 의심도 시시때때로 튀어 올랐다. 나쁜 생각에는 정말 점성이 있는 것인지, 월요일 홈택스에서 목격한 초라한 숫자들까지 진득하게 달라붙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출퇴근길 내내 생각만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다가 불쑥 깨달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도무지 나아갈 수수 없으리라는 것을. 지금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상념들은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동력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발목을 붙잡고 기어이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뒤를 돌아보는 것만으론 결코 나아갈 수 없다.
결국, 이 문장을 끝으로 자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부주의함은 기록하고 반성하되, 발걸음만큼은 앞으로 향해야 하니까. 부디 다음 주에도 작은 보폭일지라도 '전진'의 기록을 남길 수 있기를 바라본다.
덧.
지난주 나를 놀라게 했던 월 고정 디자인 용역 계약서는 무사히 담당자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그 카톡 창은 오늘까지도 조용하다. 과연 무소식이 희소식일까? 인생 새옹지마니, 아마 무산될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해도 고정적인 일감을 직접 찾아보겠다는 다짐만큼은 잊지 말아야지.
[디자인] 이번 주 작업 목록
ㆍ약국 비치용 와블러 디자인 수주 및 시안 확정
ㆍ학원 홍보용 전단지 디자인 마무리
[판매 준비] 행정 처리 및 샘플 확인
ㆍ사업자 등록증 주소지 변경 완료
ㆍ부가세 신고 및 세금 납부 완료
ㆍ월 고정 디자인 계약서 담당자 전달 완료
ㆍ설 연하장 2종 샘플 수령 및 확인
[채널 운영] 개인 블로그 기록
ㆍ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6건 완료 (설 연하장 샘플 리뷰 등)
ㆍ티스토리 블로그 포스팅 3건 완료 (세무신고 후기, 사용기기, 전단지 디자인 후기)
[외주 작업] 전 회사 블로그 운영
ㆍ블로그 포스팅 7건 예약 발행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