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월 1일 일요일.
따사로운 주말 정오 햇빛을 만끽하며 내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공유 오피스였다. 이번 주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출근 도장을 찍어야 했다. 감사하게도 화요일부터 할 일이 쌓여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견적서 하나 보내지 않고도 디자인 일감이 쏟아졌다. 우선, 숨고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인쇄소 사장님께서 또다시 나를 찾아주었다. 어느새 벌써 세 번째 작업 요청. 이제 막 프리랜서 세계로 진입한 내가 단 한 사람의 의뢰만으로 작업 횟수를 차곡차곡 늘려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데, 이번에는 꽤나 굵직한 업무까지 맡겨주셨다. 포스터, 현수막, 양면 안내장을 하나의 묶음으로, 총 3세트 시안이 필요하다고 하셨으니 말이다. (총 9종의 디자인 작업을 해야 한다는 말) 이 와중에 공공기관의 포스터 1종을 추가로 주문하시기도 했다.
갑자기 몰아치는 업무에 야근과 주말 근무까지 자처하며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했지만, 시안 수가 많았던 덕분에 이번 주는 처음으로 제법 큰 액수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설 연하장 주문까지 이어졌다. 재편집 건이라 주문 금액이 크지 않고, 새로운 디자인 작업도 아니었지만 나에겐 유독 의미 있는 주문이었다. 클라이언트가 없어도 설 시즌을 겨냥해 미리 준비해 보자고 마음먹었던 전략이 처음으로 통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의뢰하지 않았지만 2종의 연하장 디자인 작업을 해서 후기를 남긴 것, 그리고 실제 샘플까지 인쇄해서 블로그에 그 과정을 기록한 것, 마지막으로 해당 게시글로 새로운 고객과 만났다는 것까지. 이 일련의 과정이 이번 주에 벌어들인 수익보다도 훨씬 더 짜릿했다.
해야 할 디자인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이 낯설고 좋아서, 시안 작업을 시작하며 위와 같은 바람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애석하게도 그 소망은 주 후반으로 갈수록 시들해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직장생활을 10년이나 했으면서, 왜 잊고 있었을까. 일이 많다는 건 필연적으로 신경 쓸 지점도 함께 늘어난다는 말인데....
정말 그랬다. 데드라인이 더 촉박했던 공공기관의 포스터 디자인을 하면서 며칠간 두통을 달고 살아야 했다. 레이아웃부터 색상까지 디자이너 자율에 맡긴 작업이라 시작 전부터 긴장이 컸는데, 아니나 다를까 시안을 전달하고 나자 폭풍 수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체 교체, 폰트 크기 조정, 배경 컬러 변경은 물론이고 일러스트 속 남녀의 위치까지 동등하게 맞춰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n차 디자인'을 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수정 시안이 폴더에 늘어나자 이런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 만약 신규 작업까지 더해지면, 멘붕이겠는데?'
물론, 많은 디자이너들의 작업 방식대로 나 역시 사전에 '무료 수정 횟수'를 안내해 드리긴 했다. 하지만 첫 시안에서 충분한 만족을 주지 못한 디자이너가 그 원칙을 앞세우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았다. 클라이언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칙 고수보다 고객 실망을 누그러뜨리는 일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쇄 일정이 워낙 촉박하다 보니 운영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려웠다. 작업 막바지에 이번 건에 한해 별도 추가 비용 없이 마무리해하겠다고 가이드라인을 다시 안내드리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공공기관의 인쇄물을 다뤄본 나의 경험치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고객의 쓴소리는 내 실력의 한계와 공부의 필요성을 생생하게 실감하게 해 주었다.
수정의 늪에서 겨우 빠져나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다시 포스터 3세트 디자인에 매달리고 있는 지금.
아직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글을 끝내고 나면 다시 일러스트를 켜야 한다.
공유오피스 내부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을 바라보며, 오늘도 모니터만 응시해야 하는 프리랜서 준비생인 셈이다. 그런데 나는 언제쯤 이 '준비생'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까?
이번 주처럼 디자인 일감이 쏟아졌을 때? 작업속도가 빨라져서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필요 없어졌을 때? 그것도 아니면 직장인 시절의 월급을 회복했을 때? 솔직히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일단, 마감일을 지키고 고객에게 수정이 필요 없는 (적어도 만족스러운) 시안을 전달할 수 있는 작업자가 되는 것부터 해보려 한다.
그러니 프리랜서 준비생으로서, 다음 주에도 무사히 살아남기를.
[디자인] 이번 주 작업 목록
ㆍ신규 수주 : 창업 공모 포스터(시안 확정), 대학병원 홍보물 3종(포스터ㆍ현수막ㆍ양면 안내장) 2세트 시안 작업
ㆍ제작 발주 : 엽서형 설 연하장 문구 재편집 및 제작 발주
ㆍ개인 작업 : 2026년 연력 디자인 및 제작 발주
[판매 준비] 판매 준비
ㆍ검수 : 와블러 인쇄 상태 확인 (사진 검수)
ㆍ나눔 : 연력 제작 발주 및 공유 오피스 내 무료 나눔
[채널 운영] 콘텐츠 기록 및 운영
ㆍ개인 :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5건 발행 (설 연하장 샘플 리뷰, 와블러 제작 후기, 3단 리플릿 종이 비교 등)
ㆍ외주 : 전 회사 블로그 포스팅 3건 예약 발행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