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플랫폼이 가진 힘과 속도를 몸소 실감한 한 주였다. 나를 알리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시작한 네이버 블로그였지만, 이토록 즉각적인 반응이 올 줄은 미처 몰랐다. 월요일에는 설 연하장 템플릿 디자인 주문이, 다음 날에는 곧바로 쇼카드 POP 디자인 의뢰가 이어졌다.
작년부터 기록을 쌓아온 티스토리 블로그가 단 한 번의 문의(그마저도 수주로 이어지지 못했던)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다. 게시물마다 정성껏 연결해 둔 카카오톡 비즈 채널 덕분에 신규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2월의 첫 단추를 기분 좋게 채울 수 있었다.
블로그의 효용을 느끼다 보니 문득 예전 기억이 스친다. 디자이너라는 낯선 직함을 달고 첫발을 내디뎠던 소규모 기업에서 근무하던 시절 말이다. 그때 자원해서 맡았던 블로그 운영 경험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다가온다. 정말 세상에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는 걸까. 단순히 글 쓰는 게 좋아서 가볍게 시작했던 일이 퇴사 후 프리랜서의 길에서도 유효한 무기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금 대행하고 있는 기업 블로그는 여전히 인쇄 실무의 감을 유지하는 통로가 되어주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실제 고객과 만나는 창구가 된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라면 개인 채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학원 수업 때부터 수도 없이 들었지만, 인스타그램이 아닌 블로그를 첫 채널로 선택한 건 지금 생각해도 꽤 잘한 선택이었다. 적어도 이 분야만큼은 경험치가 쌓여 있다는 감각이 있고, 외부의 반응도 생각보다 빠르고 솔직하게 돌아오고 있으니까.
그래서 요즘은, ‘어쩌면 가능할 수 있겠는데?’라는 믿음이 아주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커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주문이 간헐적으로라도 이어지고 있는 데에는 운영 방식이 어느 정도 정리된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디자인 견적서와 이메일 내용을 템플릿으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초기에 제공되던 구글 스프레드시트 양식에서 나름대로 꽤 많은 수정을 거친 지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아 내심 뿌듯하기도 하다.
물론, 디자인 상담 내용을 정리해 견적서에 반영할 때면 늘 긴장 상태가 된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내 손으로 일감을 만들어야 하는 '개인사업자'라는 사실이 유독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단 한 장의 문서지만, 작업의 범위와 가격을 스스로 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서명하는 단계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아직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틀린 곳은 없는지 몇 번이고 확인하고, 수주를 간절히 바라며 항목을 채우게 된다. (그래도 이런 긴장감이야 언제나 환영이긴하다...)
신규 디자인 건 외에도 지난주에 전달했던 다품종 시안에 대한 피드백도 무사히 도착했다. 혹시 혹평을 받진 않을지, 서로 다른 포스터 스타일의 요소들을 무리하게 섞어 달라는 요청이 오진 않을지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건 기우였다. 3세트 중 예상했던 안이 셀렉 되었고, 그 안에서 간단한 문구 수정만 진행하면 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수정 시안도 당일에 바로 전달했으니 큰 이변이 없다면 무리 없이 마무리될 것 같다. :)
이번 주는 전반적으로 ‘일할 맛’이 나는 주간이었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상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던 월 고정 계약이 결국 무산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날은 아무래도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와의 계약이 아닌, 단기 근로자를 고용하는 방향으로 변경되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확정 통보를 받으니 마음이 흔들리긴 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었던 건, 아직은 시기상조였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지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월 고정 계약에 대한 마음보다는 내가 운영하고 있는 채널을 통해 작업물의 양을 늘리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커지고 있다.
지금은 작고 간단한 인쇄물 위주로 의뢰가 들어오고 있지만, 머지않아 리플렛이나 브로슈어 같은 호흡이 긴 인쇄물도 블로그를 통해 수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 한다. 바로 인쇄물 디자인 후기라는 '증거'들을 성실히 쌓아 올리는 일이다.
올해 목표를 적어 넣는 페이지에 '블로그를 통해 인쇄물 디자인 수주하기'라는 목표를 추가로 적어 넣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실제 수주 여부와 상관없이, 나만의 개인 미션으로 인쇄물 디자인을 하나 완성하고 그 과정을 후기로 남겨볼 생각이다.
자, 그럼 다음 주도 기쁘게, 나의 속도대로 생존해 보자.
[디자인] 이번 주 작업 목록
신규 수주 | 쇼카드 디자인, 접지형 설 연하장, 맞춤 봉투, 2단 접지 리플렛
수정 및 보완 | 대학병원 홍보물 3종 시안 수정 완료, 창업 공모 포스터 가로형(웹용) 재편집
[판매 준비] 샘플 제작 요청
샘플 발주 | 2단 접지 리플렛 제작 샘플 요청
[채널 운영] 콘텐츠 기록 및 운영
개인 채널 |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2건 (템플릿 디자인 제작 과정, 설 연하장 실제 제작 후기)
외주 업무 | 전 회사 블로그 포스팅 5건 예약 발행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