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실수를 저질렀는데, 고객이 웃었다...!

by 슥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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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진다. 3월의 마지막 2주. 그러니까 3/23일 주차와 3/30일 주차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속도는 빨랐지만, 여파는 길다. 2주에 대한 내 감정을 얌전한 언어로 요약하면 '희로애락'일 테고, 좀 더 노골적인 언어로 표현하자면, '우당탕탕'이라고 할 수 있다. 후우.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을 복합적으로 모두 느꼈던 2주. 그 감정의 순서대로 업무 회고를 가감 없이 기록해보고자 한다.




喜 기쁠 희

우선, 내가 기쁨을 느꼈던 포인트는 역시 이번 주도 신규 수주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블로그를 통해 박람회 부스 현수막 디자인이 들어왔다. 사실, 블로그에는 행사 홍보물보다는 인쇄물 후기가 더 많기 때문에 견적 문의를 받고 진행하겠다는 답변을 받고도 얼떨떨하기만 했다.

퇴사한 회사에서 나름 여러 번 디자인을 했던 품목이었음에도 개인의 힘으로 디자인 작업을 수준한 건 처음이라 다소 긴장하며 작업에 착수했던 것 같다. 특히, 그 전주에 수주했던 리플렛 디자인이 아직 종료되지 않았던 터라 시간에 대한 압박까지 있었다.

다행히 고객사 담당자는 '심플함'이 추구미 셔서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게다가 진행과정에서 행사에 필요한 다른 품목까지 추가 주문을 받아 나의 이번 달 매출 그래프는 덕분에 전달보다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었다.





怒 성낼 노

반면, 노여움은 다른 디자인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찾아왔다. 2주 차에 수주한 세무법인 리플릿 디자인의 진행 속도가 더뎌도 너무 더뎠기 때문이다. 사실, 작업을 시작할 때만큼은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있었다. 세무사 대표가 ai로 직접 만든 레퍼런스가 워낙 구체적이었던지라 디자인 방향이 확정되었다고 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1차 시안을 보내고 빨간펜으로 수정사항이 한가득 기재되어 있는 pdf를 받고선, 처음의 자신감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말았다. 2차 시안에서까지 유사한 양의 빨간 텍스트가 보이자, 이제는 납작 엎드려 고객 요청사항을 정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상단에 언급한 현수막 디자인과 종종 들어오는 디자인 견적문의에도 대응해야 했다. 플러스 외주 포스팅 작업까지. 어느새 나는 모니터 앞에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 인간이 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은 홈쇼핑 MD 시절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4차 시안까지 진행한 뒤에 마무리가 되었고, 끝마치자마자 처음으로 든 생각은 성취감보다 '내 깜냥의 한계'였다. 겨우 디자인 2개를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감정 컨트롤에 실패하고 말았으니까.





哀 슬플 애

힘에 부쳤던 리플렛 디자인이 끝마친 지 겨우 하루가 지났을 무렵, 나를 어두운 감정의 늪으로 더 밀어 넣는 사건이 기어코 일어나고 말았다. 앞서 현수막 제작을 의뢰했던 담당자에게 견적 안내를 잘못했음을 뒤늦게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따흣) 제조사에서 안내해 준 개당 단가를 제작 수량을 포함한 금액으로 착각한 게 실수였다. 나의 착오로 인해 고객이 추가 결제해야 하는 금액은 1, 2만 원도 아닌 자그마치 20만 원이 넘었다.

그 수치를 확인한 순간, 정말이지 울고 싶었다. 프리랜서 지망생으로서 저지른 가장 큰 실수라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누구라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금액 오류.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딱 하나. 고객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양해를 구하는 것.

결국, 걱정과 두려움, 슬픔이 뒤섞인 감정을 추스르고 고객에게 전화를 걸었다. 덜덜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금액 오류를 시인하고 있는데, 통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의외로 침착했다.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그녀의 대답은 딱 한 마디였다. "네, 추가 입금할게요."

아주 깔끔하고 담백한 목소리에 어안이 벙벙했다. 통화를 마친 지 10분도 되지 않아 추가 금액이 입금되었음에도 눈만 껌뻑거렸던 것 같다. 오 마이 갓. 이렇게 쿨하게 해결될 수도 있다니.




樂 즐거울 락

커다란 실수가 생각보다 순조롭게 해결된 기쁨은 시작에 불과했다. 제작 완료된 제품을 받아본 해당 고객은 놀랍게도 이런 메시지를 내게 남겨주었다.


소중한 고객 피드백.png 고객 피드백



디자인과 제품 퀄리티에 모두 만족한다는 소중한 피드백과 함께 재방문 의사를 한껏 내보이시는 게 아닌가. 부주의로 인해 계산 착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만족에 대한 답장이 온 것이었다.

그 순간 실감했다. 이런 정성스러운 후기야말로 불안정한 현재를 견디게 만드는 '진짜 보상'이라고.


방방 뛰고 싶은 마음을 진정하고 해당 메시지를 캡처해 관련 디자인 후기를 네이버 블로그에 부리나케 올렸다. 그러고 보면 이렇게 블로그에 과정을 기록할 때가 마침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는 순간 같다.

신규 고객과의 첫 작업은 우당탕탕 마무리되었지만, 이 고객과 두 번째 작업이 진짜 이루어진다면... 그땐 지금보다 매끄럽게 매듭짓기를 바래본다. (기필코)







한 주의 끄트머리에 도달하고 나서야 이번 주 나를 흔들어놓았던 여러 감정들이 차분해졌다. 만개하는 벚꽃과 함께 시작한 4월도 아마 감정의 동요는 일어나겠지? 그걸 막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3월보다는 차근차근 수습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주도 잘 생존해 보자.






Done List : 이번 주 생존의 흔적들

[디자인] 3/23, 3/30일 주 작업 목록

신규 수주 | 박람회 부스 설치용 족자봉 현수막 디자인

수정 작업 | 세무법인 3단 접지 리플렛 디자인


[블로그] 이번 주 작업 목록

사전 준비 | kt 어필리에이트 2기 프로그램 전자계약 체결 완료 & 카페 가입


[채널 운영] 콘텐츠 기록 및 운영

개인 채널 |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3건
(병원 홍보물 3종 디자인, 소형 안내장 디자인, 소형 안내장 인쇄 후기, 신규 현수막 디자인)

외주 업무 | 전 회사 블로그 금주 포스팅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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