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이 내 손을 벗어났지만
안도할 수 없다.
지난 2월 대표가 바뀐 후, 4월 중순을 넘어서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의 회사는 조직 개편이 한창이다. 3월에는 면팀된 팀장들이 줄줄이 나왔고, 오늘은 한 부서가 통째로 사라질 예정이란 말을 들었다. 이는 개인평가나 연봉협상 결정이 연기될 때 느끼던 충격과는 차원이 달랐다. 7년 간 부대끼며 함께 일하던 파트였다. 그런 부서가 비용 절감이란 이유로 외주화 된다고 했다. 그곳엔 입사 때부터 자주 어울렸던 친한 동료도 속해있었다.
듣고도 믿기 힘들었다. 그 친구에게 어떤 말부터 건네야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직장생활 8년 차. 이 연차가 되기까지 크고 작은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경험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내가 보고, 듣고, 겪은 것 중에 이번 인사이동은 가장 큰 변화였다. 하루아침에 소속팀을 잃게 된 해당 팀원들은 두 가지 선택권이 주어졌다. 엉뚱한 부서로 이동되거나, 외주 업체의 직원으로 고용되거나. '낯선 일'에 적응할지 '낯선 회사'에 적응할지를 택하라는 의미였다. 여기서 나는 재차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매력적이지 않은 옵션 두 개를 던져주고 선택하라는 조직의 냉혹함에 놀랐고,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익숙하고 무심한 임원의 얼굴에 놀랐다.
나의 팀, 나의 자리는 아무 변화 없이 그대로였다. 그럼에도 집에 오는 내내 불안감이 엄습했다. 생존했지만 겨우 연명 중인 상태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이번엔 불행이 비껴갔어도 언제 시한폭탄이 내 손에 들려질지 모를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랬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영업직에서 기획부서로 강제 발령되어 한동안 울상을 짓곤 했으니까. 다행히 이제는 새 팀에 적응해 안정감을 느끼고 있지만 언제 또 변화의 회오리가 불어닥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가장 안전할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고 했던가.
저녁을 먹는 내내, 그리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는 내내 머릿속에 두 단어가 어지럽게 떠올랐다.
'자립' 또는 '이직'
자율성이 배제된 조직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아 지금껏 프리랜서로 자립할 궁리만 했는데 오늘따라 마음이 조급해진다. 자아를 찾다가 나도 모르는 새에 침몰하는 배에 갇혀 수장되는 것이 아닐지 불안이 앞선다.
이런 때일수록 자기 확신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선 불편한 심정을 여과 없이 기록해본다. 위기를 분명히 인지해야 극복의 필요성을 더 절감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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