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이 가벼워지려면

by 슥슥





위대한 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스꽝스러운 면이 있지 않을까.





오늘 든 의문이다.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든 건 친척 언니가 건넨 짧은 영상 때문이었다. ㅋ 키읔을 연달아 3개를 붙이며 언니는 내게 물었다.

"이거 봤어?ㅋㅋㅋ"




받은 영상은 15초 정도의 짧은 gif 파일이었고 흑백의 영상에선 우주복을 입은 한 인물이 등장하고 있었다. 영상에서의 그(또는 그녀)는 지구 밖 외딴 행성 표면에서 어설프게 무언가를 망치질하다 불현듯 콩콩콩 뛰어다녔고 그러다 모양 빠지게 넘어졌다. 그게 다였다.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웃으라고 보낸 영상 같은데 뛰어다니는 모습도, 넘어지는 모습도 평이하다 보니 딱히 웃기지 않았다. 반복 재생을 해봐도 어느 부분에서 재미요소를 찾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물었다. "이해가 안 가는걸"




그러자 언니가 답했다. "저게 원래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가서 처음에 한 행동이었는데, 깨방정이 심해서 나사에서 공개 안 했대." (여기서 한번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언니의 말. "조작 음모론이 판치는 와중에 저걸 공개하느니 그냥 음모론으로 남겨두자 생각했대.ㅋㅋㅋㅋ" 이어진 설명을 모두 들으니 나 또한 실소가 터질 수밖에 없었다.




체면을 살릴 것인가

사실을 밝힐 것인가





똑똑한 인물들이 모여있는 나사에서 찍힌 영상을 앞에 두고 이런 고민을 한다고 생각하니 왜인지 친근한 기분마저 들었다. gif 파일을 다시 재생시켜보았다.





KakaoTalk_20220502_173019077.gif




새로운 역사를 세운 인물의 오두방정. 무중력 상태에서 방정맞게 뛰어다니는 닐 암스트롱이 여과 없이 보이고 있었다. 그제야 제대로 된 웃음이 나왔다.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가만히 그를 다시 지켜보는데,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위대한 도전의 처음은
대부분 저런 게 아닐까.

실은
멋없고, 볼품없고 별거 아닌.






'도전'이라는 단어에

너무 과도한 치장을 덧붙여

여태껏 용기 내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그런 싱거운 생각을 한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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