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란 감정의 먼지를 털어내는 방법

by 슥슥





어제 종일 집에 있으면서 충분히 쉬었는데도 컨디션이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일어날 때부터 우울감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회사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고, 신나게 떠들었음에도 다시 혼자가 되니 감춰둔 감정이 쓱 고개를 내밀었다.





‘왜 자꾸 우울한 감정이 드는 걸까’

이런 의문이 입가에 계속 맴돌았지만 답을 알 수 없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집에 들어오기 전에 만 보 가까이 걸었는데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렇게 어두운 감정이 끈덕져서 털어낼 수 없을 때면 나는 눈앞에 보이는 걸 치운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정리'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우선 땀에 절은 몸부터 닦아내고 섬유 유연제를 충분히 넣어 빨래도 돌렸다. 아무렇게 나뒹구는 머리카락들을 치우기 위해 돌돌이(클리너 테이프) 밀대로 바닥도 슥슥 밀어냈다. 이 정도 치우니 꽤 말끔해졌다. 그러면서 한 가지 눈에 거슬리는 게 보였다. 바로 겨울 아우터들이 여전히 행거에 걸려 뽀얗게 먼지가 쌓이고 있었던 것. 봄부터 '해야지, 해야지'하다 여름을 코앞에 둔 지금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심보였는지 고민 없이 손이 갔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하나씩 옷 커버를 씌워 옷장에 넣었다. 이제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간절기 옷들도 옷장 속에 마저 넣었다. 그러면서 리빙박스의 위치도 바꿨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지점에 여유를 주기 위해 책상 옆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옷을 정리하고 리빙박스 위치만 바꿨을 뿐인데 시야가 넓어졌다.





돌돌이로 다시 바닥을 닦아내고 방 안을 둘러봤다. 겨울옷들로 빼곡했던 행거에 공간이 생기고, 리빙 박스로 가려졌던 창문 앞이 환해졌다. 그러자 마음의 그늘이 조금씩 걷히는 게 느껴졌다. 천천히 기분이 맑아지고 있었다. 이럴 때면 떠올리는 심리학 책의 한 구절이 있다.









내가 무대라면
하나의 감정이나 경험들은
예고 없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가
때가 되면 퇴장하는 배우와 같다.

책 <내가 좋은 날보다 싫은 날이 많았습니다>에서







어두운 감정을 부정하려 애쓰지 말고 그저 무대 위를 잠시 배회하다 퇴장하는 배우로 여기라는 말. 이 비유에 바로 밑줄을 그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그랬다. 짙게 깔린 마음의 안개도 시간이 흐르니 조용히 걷혔다. 우울이란 배우가 퇴장할 때까지 주변을 정리한 덕분이었다.






우울이란 감정의 먼지를 털어내는 방법.

사실 간단할지 모른다.






곧 사라질 부정적 감정을
전부라 생각하지 말고
일단 주변부터 정리하기







전보다 환해진 방안을 보며

이 방법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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