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신날, 오빠가 더 기억에 남는 이유

by 슥슥





지난 일요일은 엄마 생신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생일상만큼은 대접해 드리고자 삼 남매가 머리를 맞댔다. 역할은 간단하게 나누어졌다. 요리에 솜씨가 없는 나와 동생은 식재료 구입과 보조의 역할을 하고 오빠가 손수 잡채와 불고기를 하기로 한 것이다. 주방에서 복작 복작 소란을 좀 떨었을 뿐인데 어느새 메인 메뉴가 완성되었다. 미역국과 함께 소담하게 차려진 저녁 식사. 엄마의 표정을 살피기도 전에 오빠의 요리부터 맛보았다. 이럴 수가. 처음 해본다는 말이 믿기지 않게 너무 맛있었다.






삶지 않고 볶아서 완성한 잡채며, 질기지 않은 식감으로 알맞게 익은 불고기며 뭐 하나 나무랄 게 없는 맛이었다. 신기했다. '처음 해본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금세 완성하지?' 신기한 눈으로 내 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오빠는 막힘이 없었다. 망설임 없이 재료를 다듬고, 배합하고, 조리했다. 나라면 '어떡해'를 남발하며 금세 울상이 되어버렸을 요리를 말 그대로 '뚝딱' 완성해버렸다.






그러고 보면 오빠는 늘 그랬다. 무엇이든 결정도 빠르고 행동도 빨랐다. 빠른 의사 결정에 시행착오가 있어 엄마나 나와 종종 다투던 사람이기도 했다. 내멋대로 성급함이라 치부했던 오빠의 단점이 요리할 땐 빛이 났다. 빠른 사리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선 돋보이는 장점이 될 수 있음을 조리대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오빠를 보며 깨달았다.




이제 나는 잡채와 불고기를 먹을 때면 재빠른 동작이 떠오를 것 같다. 생각 많고 불안이 큰 나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오빠의 반짝이는 움직임 말이다.







오빠의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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