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지인으로부터 누군가의 근황을 들었다. 안면만 튼 회사 직원의 N잡 성공기. 그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꾸준히 활동하다 최근엔 출판 제안까지 받았다고 했다. 연봉을 높이 올려 이직에 성공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노력을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데도 부러움과 조급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지금의 나는 '돈을 버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춰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돈을 기대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하는 걸까. 그간 해왔던 부수입 수단들을 훑어보았다. 카카오뷰 창작센터와 티스토리 블로그, 투자 시트까지 순서대로 살폈다. 소액의 결과를 얻고 멈춘 활동들. 애석하게도 그것들을 바라볼수록 선명해지는 건 한 가지뿐이었다.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 지속했을 때 돈이 될 순 있어도 애정이 없는 활동은 지금의 회사 업무와 다를 게 없었다. 그것들도 머지않아 '해야만 하는 업무'가 되어버릴 게 눈에 선했다. 둘, 궁극적으로 나는 '글로 돈을 벌고 싶다.' 헛된 꿈이라 비난하더라도 나의 진짜 바람은 이것이다. 원하는 게 분명하다면 관심분야에 더 많은 인풋을 넣는 게 맞다.
쓰고 보니 간단한데, 사실 이렇게 정리하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하다. 글쓰기를 선택함으로써 그토록 원하던 퇴사가 더 멀어질 수 있고 염원하고 노력해도 끝끝내 재능이 피어나지 않을 확률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고민 끝에 결국 글쓰기에 더 매진하기로 했다. 이렇게 마음먹은 건 어떤 대단한 의지나 포부는 아니다. 그저 내 깜냥을 인식했을 뿐이다.
회사 일과 돈이 되는 부수입을 병행하며 어떻게 내 에너지가 소진되는지 경험했고, 많은 일을 벌여놓고 수습하지 못할 때 멘탈이 흔들리는 사람이란 걸 이미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내 앞의 부수입 수단들을 다시 집어 들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나는 배움과 성찰의 시간이 주어져야 충전이 되는 사람이란 걸, 그렇게 느리게 배우는 사람이란 걸 인정하며 다시 읽고 쓸 것이다.
앞으로도 자주 흔들리겠지만 그럴 때마다 어떤 이유로 방향을 잡으려 했는지 기억하고자 정리해 본다. 추가로 버지니아 울프 작가의 명언도 이참에 상기하면서.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반짝일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 외에
아무도 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