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쓰는 밤

제 소망은요,

by 슥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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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쓰는 밤

이 글을 쓰기 전, 제 옆에 있는 책 제목을 가만히 응시했어요. 그러고 보니 답신을 앞둔 지금 이 순간이 딱 이와 같네요. 마음 쓰는 밤.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며 책 선물까지 준비한 윤슬님 덕분에 따뜻한 마음을 품고 글 쓰는 저녁을 누리고 있으니까요. 다시 한번 감사해요. :-)






근데 한편으론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미안한 감정도 들더군요. 늘 긍정의 언어로 응원과 격려를 전달하는 윤슬님과 다르게 저는 '어두운 터널'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꺼냈으니까요.

혹, 20대에 보낸 겨울을 복기하다 잊고 싶은 기억과 감정이 선명해진 건 아니었나요? 저 역시 직무 적성 때문에 힘든 요즘이라 '영업 사원'이라는 단어만으로 윤슬님의 지난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어두운 터널을 만나면 일단 '멈춤' 버튼을 누르곤 해요.

윤슬님이 그러셨죠. 삶이 어두울 땐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고. 가만 생각해보니 지난 며칠이 제겐 그런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6개월 간 지속했던 모닝 페이지(기상 후 마음 가는 대로 쓰는 글)도 어쩐지 덧없게 느껴지고 블로그 일기나 좋아하던 책에도 잘 집중할 수 없었거든요. 평소라면 이런 행동의 원인을 그저 약한 의지로 보았을 텐데 이번엔 생각을 달리 해보았어요. 윤슬님처럼 왜 스스로 멈춰 섰는지 일단 관찰해본 거죠. 그러자 숨겨둔 욕망이 슬쩍 보이더군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불완전한 저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이 그것이죠.






다시 말해, 회사생활과 글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엉성하게 쥐고 있는 제 모습이 싫었던 것 같아요.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자신이 싫어 '포기'라는 쉬운 길을 어슬렁 거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건 출근길에 읽은 이 문장 때문이었어요.

무너진 그 행위 자체는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스스로 공격하고 비하하려는 마음이다. 현실엔 없는 이상형을 내세워 스스로를 부정하고 공격하면 내가 갈 데가 어딘가.

그제야 이런 의심이 피어나더라고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거뜬히 해내는 나'는 내가 만든 환상의 인물일 수 있겠구나.'라고 말이에요.






윤슬님, 10월에 이루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는지 물어보셨죠?

엉뚱하게도 저는 그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어요. '부족해도 일단 쓰기 시작한 날은 꼭 표시하기'


아마 10월도 저는 '일하는 낮'과 '글 쓰는 밤' 사이를 오갈 거라 예상되는데요, 그 경계에서 애매한 자신을 발견하고 낙담할 때마다 여기에 적어둔 소망을 기억해 '쓰는 동력'을 얻어보려 해요. 어설픈 필력일지라도 그저 쓰기를 실행한 날이라면 달력에 형광펜으로 크게 표시하고 말일에 셈해보기로 한 거죠. 결과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쌓인 실천의 적립이 어쩐지 제게 뭉근한 힘을 줄 거란 생각이 들어 정해보았어요. (글벗에게 만족스러운 숫자를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잘 지켜나가고 싶기도 하고요...!)





다정한 글벗의 10월 소망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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