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어두운 터널을 만났을 때

: 그럼에도 '나'를 온전히 생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추억이 되었네요

by 윤슬

슥슥, 유독 여름이 떠나는 게 아쉬움으로 가득 찬 여름의 끝에 서있는 오늘이에요

곧 비가 오고 나면 샌들을 신을 수 없는 가을의 향기가 물씬 풍길 것만 같은 날, 오랜만에 일요일 휴무가 되었고 혼자만의 시간에 이렇게 노트북을 열었답니다. 일주일 동안 편지를 읽었지만 답장은 마음이 편한 날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우울함과 불안함이 들 땐 그 순간을 당신이 종결해야 한다'

이 문장이 제 마음속에도 깊게 들어왔어요. 우울함과 불안함이 들 때, 누군가 내 불안함과 우울함을 안아 주기를 바라기보다 내 마음을 안아 줘야 한다는 마음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슥슥,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안아 주는 방법들을 찾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실행하는 모습이 참 다정하다고 느꼈답니다


어두운 터널을 만났을 때


제 삶의 어두운 터널을 만난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넓고 다양한 세상에서 저는 한없이 어린아이 같았어요. 사람을 좋아해서 상처받는 일들도 많았던 것 같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 경험해 보자며 다짐해봤지만 결국 자존감을 잃고 멈춤 버튼을 누른 적도 있고요


돌이켜 보면 살아가면서 어떤 경험들이 쌓여 가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정해지기도 하더라고요

하고 싶은 게 많았던 20대의 저는, 경험을 쌓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이 오늘의 저에게는 도움이 되고 있지만, 그 당시의 저는 '끈기가 없는 사람'으로 비쳤던 것 같아요. 한 회사에서 오래 재직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끈기 없는 사람. 특별하게 잘하는 일도 없으니 취업을 하는 것도 힘들었고, 계속되는 부정적인 경험들은 스스로가 너무 못난 사람인 것만 같은 사람인듯한 느낌이 들어 삶에 대해 물음표가 가득했어요


주변 사람들은 모두가 잘 살고 있는 것만 같은데 나 홀로만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20대의 저는 긴 겨울을 보낸 적이 있어요. 영업 사원으로 3년, 삶이 흔들리니 마음도 몸도 건강하지 못했어요. 먹는 것을 모두 토해내고 링거를 맞는 날이 많아졌고, 사람을 만나야 하는 영업 사원이었지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무료 영화 2편을 연달아 예약하고 영화관에서 추운 겨울을 보낸 적도 있어요. 사실 힘든 시간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어요, '잘'사는 모습을 보여야 했고 이미지가 중요했던 직업이니 제 SNS에는 행복한 일들로 가득 채워나갔던 날들이었죠


내게 주어진 '삶'이 원망스러웠던 것 같아요

내가 도전해보고 싶어서 시작했던 일이었지만 '포기'하는 방법을 몰라서 무모하게 저를 갉아먹었던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어두운 터널을 만났지만, 어두운 터널 끝에 밝은 햇살이 비추고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지만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았던 시간이었어요. 어두운 터널을 만났을 때, 늘 바다로 떠나 책을 읽고 글쓰기를 했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져 다시 원상 복귀가 되었답니다


결국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쯤,

멈춤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되었어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고 싶어요


어두운 터널을 뚜벅뚜벅 걷고 있을 때 수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길을 벗어나고 싶어. 어떻게 하면 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온전히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28살, 어쩌면 제 마음을 돌보는 일보다 중요한 건 재취업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어요. 어두운 터널을 걷고 있는 나를 돌보는 게 우선 인지 더 늦기 전에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게 먼저 인지 고민하다가 친구의 응원 덕분에 어두운 터널을 벗어날 용기를 냈답니다


'좋아하는 곳에서 온전히 나만 생각하기'

제가 좋아하는 제주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가득 채워 나가자고 다짐했어요. 이왕 떠나온 거 다정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자며 다짐했어요. 매일 바다를 산책했고, 가끔 여행을 떠났어요. 좋아하는 카페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마음을 적으며 붉은 노을을 기다리는 일이 가장 큰 행복이었답니다


제주에서의 혼자만의 시간은, 어두운 터널을 뚜벅뚜벅 걸어 나올 수 있는 용기가 되었어요

20대의 삶을 돌아보니 늘 '나'라는 사람보다 타인을 위해 더 마음을 썼더라고요. 타인에게는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으면서 정작 제 자신에게는 너무 매정했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온전히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로 채웠던 제주의 시간 덕분에 오늘의 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 다시 살아갈 용기를 내기 시작했을 때,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일을 평생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잘 하든, 잘 못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와 비슷한 마음을 겪은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글을 쓰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안아 주는 일이 가장 큰 요즘이니까요




요즘의 저는, 어두운 터널을 만나면 일단 '멈춤' 버튼을 누르곤 해요

내가 지금 왜 어두운 터널을 만났는지를 먼저 떠올리고, 삶을 관찰하기 시작해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고 지금은 어둡고 깜깜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위해 노력해요


그리고 주위를 둘러본답니다

그때그때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방법들이 다른 거 같아요


어떤 날은 책에서 만나는 문장을 통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삶에서 마주하는 풍경에서 배운 마음 덕분에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기도 해요. 그러다 쓰고 싶은 마음이 떠오르면 글쓰기를 하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 마음이 다정해지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 혼자 만의 시간을 통해 빠져나오기도 하네요


슥슥, 10월이 되었어요

10월에는 홀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글쓰기를 이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풍경 앞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행복, 그 행복을 기꺼이 누리고 싶어요. 2022년을 다시금 돌아보고 남은 2022년의 시간에 채우고 싶은 것들을 적어 보기도 하고요. 소소하고 행복한 시간이 될 것만 같아요, 아직 어디로 떠날지 정하지 못했지만 그곳에서도 꼭 편지할게요


가을의 시작은 꼭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10월, 이루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