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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Jul 19. 2022

마음 먹기에 달렸어

잘못 먹으면 네가 있는 그곳이 지옥

지난 2-3주 지옥을 경험했다. 내가 만든 지옥.

가장 심했던 나흘은 거의 식음을 전폐했다. 아무것도 넘길 수가 없어 커피와 과자, 과일 등으로 며칠을 버텼다. 드라마에 나오는 머리 싸매고 몸져누워있는, 딱 그런 모습으로. 덕분에 살도 빠졌을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회복한지 이제 일주일이 넘어서 도로 돌아온 듯.


원인은 집 문제. 런던으로 복귀한 1월 중순부터 장장 5개월을 추진하던 집 매매 계약이 어그러졌을 때까지만 해도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 마음 고생이 아깝고 허무했지만 그래도 잘못된 결정을 하기 직전에 피했다는 안도감과,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고 더 좋은 집을 만날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직 살아보지 못한 동네로 가서 또다른 런던을 경험하자는 긍정적인 생각도. 


그러다 월세를 다시 구하기 시작한 6월 마지막주, 패닉이 왔다. 월세 구하는 게 어렵고 비싸고 지긋지긋해서 연초부터 기를 쓰고 집을 사려고 했으니 쉽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진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월세가 오른 것은 물론이고, 가격에 상관없이 매물 자체가 부족했다. 부동산에서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집이 마음에 들면 가서 보지 말고 바로 보증금을 넣으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뷰잉 약속을 하고 집을 보러 가는 길에 누가 이미 잡았다며 뷰잉이 취소된 적도 여러 번이다. 갑자기 겁이 덜컥 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잡지 못한 게 새삼 다시 후회가 됐다. (런던에서 내집 마련하기 시리즈에 적을 내용인데 도저히 이 마음 상태로 쓸 수 없어 아직 풀지 못한 이야기, 현재 살고 있는 집이 매물로 나와 있어서 나에게 살 기회가 있었는데 오퍼까지 받아놓고 취소했었다.) 


말도 안 되는 걸 알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관리하는 부동산에 연락해 진행 중인 바이어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테니 나에게 팔라는 제안을 했고, 이미 막바지라 안 되겠다는 거절을 듣고 난 후에는 심지어 엎었던, 원래 사려고 했던 집이라도 다시 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그건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훗날 더 큰 고통을 예약하는 거나 다름 없는 행위다. 당장 갈 곳 없다고 마음에 안 드는 집 샀다가 나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났을 때 골칫거리가 될 확률이 높다. 영국은 집을 사고파는 데 최저 6개월에서 1년까지도 걸리는 나라니까. 무엇보다 집에 있어서 잘못된 결정을 반복하면서 내 판단에 더 이상 신뢰가 가지 않았다. 


당장 월세를 구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도 버거운데 거기에 "내가 왜 이 집을 놓쳤을까, 살 수 있을 때 잡을 걸, 내가 왜 그랬지 왜 그랬지" 계속 곱씹으며 후회했다. 또 지나간 일을 놓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며 "넌 왜 성격이 이 따위야, 털고 일어나야지, 언제까지 끙끙 댈거야" 하며 채찍질을 했다. 


잘못된 결정과 후회는 누구나 한다.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다음에 더 현명한 결정을 하면 된다. 후회도 적당히, 자책도 적당히. 그런데 나는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하고 한 번 맞고 끝나면 되는 칼을 계속 뺐다 찔렀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Glass half full vs. glass half empty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번에 다시 한 번 내가 glass half empty person이라는 걸 확인했다. 물이 반 정도 차 있는 컵을 보고 물이 반 차있다(glass half full)고 표현할 수도, 물이 반밖에 없다(glass half empty)고 말할 수도 있다. 긍정적인 사람을 glass half full person, 부정적인 면을 주로 보는 사람을 glass half empty person 이라고 말한다. 낙천적인 성격이 환영 받는 세상이다보니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지는 않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glass half empty person이다. 


반 잔의 물잔으로 다양한 성격을 표현한 그림. 재밌어서 가져와봤다. 



나 자신을 위해서 좀더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좋겠지만 타고난 성격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가장 힘들 때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에게 준 선물이 있다. 위라클 채널의 박위는 낙상 사고로 쇄골 아래가 마비된 30대 청년이다. 포기하지 않고 재활해 예전보다는 훨씬 더 많은 걸 혼자 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은 유튜버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저는 고난을 극복하지 않았습니다. 고난 속에서 기쁨을 찾아 느끼는 중이죠.

너무 좋은 영상이 많지만, 이 영상이 이 분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삶에 감사할 게 얼마나 많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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