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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Jun 12. 2022

[프롤로그] 런던에서 내집 마련하기

글로벌 무주택자에서 벗어나기 위한 발버둥

글로벌 무주택자, 홈리스, 그야말로 3주에 한 번 옮기며 꼬박 1년간 트렁크 생활을 한 2019년을 시작으로 아주 지긋지긋한 집 구하기에 종지부를 찍고자 2022년 1월, 런던에 복귀하자마자 월세를 구하는 동시에 매매할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영국의 부동산 시장과 집 매매 절차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용어부터 공부해야 했고, 각종 규제와 절차를 익히며, 발품 팔고 머리를 쥐어짜는 고민과 다루기 힘든 집주인들을 상대하며 수개월 마음고생 몸고생을 한 끝에 6월 중순 계약서 서명을 앞두고 있었다. 6월 16일에 잔금을 치르고 6월 18일에 이사하는 일정으로 그야말로 마지막 한 걸음만을 남겨두고 계약이 엎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엎기로 결정했다. 이사를 마치고 지난 5개월간의 기나긴 "런던에서 집 사기" 여정을 구체적으로 적으려던 계획은 "런던에서 집 살 뻔하기"에 대한 기록이 되었다. 어쨌든 잔금을 치르고 집을 등록하고 취득세를 내는 정도의 절차 외에 대부분의 절차를 모두 경험했으니 계획대로 적어보려 한다. 워낙 정보가 많아 여러 편에 나눠서.


I. 런던에서 집을 사는 과정 - 절차와 등장인물

II. 영국 부동산의 특징  

III. 집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점

IV. 집을 정한 후 계약까지의 절차 - 피말리고 속터지는 이야기


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원래대로라면 6월 10일 금요일에 서명한 계약서를 서로 교환(exchanging contracts)하며 매매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넘겼어야 했다. 나는 진작 계약서에 서명했고 내 변호사(solicitor) 사무실에는 그 원본이 보관되어 있다. 계약금도 며칠 전에 이미 변호사 계좌로 옮겨놓았다. 비협조적인 집주인이 걸려 시간을 끌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계약서 교환이 늦어지면서 어떻게 보면 내가 계약을 엎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6월 10일 판매자가 보낸 이메일이 last straw였다.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불안과 그 집과 동네에 대한 의구심이 폭발하며 원점에서 이 계약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변호사는 아직 계약서를 넘기지 않았고 계약금도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멈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천천히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그동안 들어간 변호사 수임료와 건물 심사 등에 들어간 비용, 그리고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물거품 되는 결정이지만 이건 모두 매몰비용이고, 나에게 맞지 않는 집을 사버려 두고두고 골치아플 수 있는 걸 생각하면 조금도 아깝지 않은 비용이다. 마음을 추스려 다시 집을 알아본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테니 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사업체, 인터넷 등을 모두 취소해야 하고 당장 월세를 구하느라 허둥대겠지만...


그럼 비싼 돈을 들여 알게 된 정보와 경험을 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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