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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Jun 06. 2022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70주년

플래티넘 쥬빌리 행사 (Platinum Jubilee)

요즘 들어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 나이만으로 존중 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겨우 40년을, 그것도 비교적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 나도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데, 그분들은 긴 세월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그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만으로 고개가 숙여진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Elizabeth II)은 1926년생으로 올해 96세다.


이번 주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축제가 나흘간 이어졌다. 매년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 Spring Bank Holiday인데 올해는 특별히 6월 첫째 주 목요일 금요일 이틀을 쥬빌리 뱅크 홀리데이(Jubilee Bank Holiday)로 지정했다. 연휴를 맞이하는 자세는 여기도 다르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황금연휴를 놓칠 세라 해외여행을 떠났고(덕분에 공항이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러 비행편 수천 건이 취소되고 유로스타를 타려는 사람들로 세인트 펜크라스 기차역 바깥까지 줄이 이어졌다) 영국 왕실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난리 블루스에 불만을 토하기도 했다. 왕정주의자(royalists)와 공화주의자(republican)의 갈등은 여전하다.  


영국이라면 눈이 하트로 변하는 나야 마냥 좋았다. 1990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어머니의 90세 생일 기념행사를 직관했던 기억도 있고(1900년생인 Queen Elizabeth The Queen Mother는 102세까지 살았다) 즉위 70주년 기념은 앞으로 다시는 없을 것 같아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주요 행사로는

- 6월 2일: Trooping the Colour (왕실 근위대 군 열병식)

- 6월 3일: Jubilee Thanksgiving Service (플래티넘 쥬빌리 기념 예배)

- 6월 4일: Platinum Party at the Palace (플래티넘 쥬빌리 기념 파티)

- 6월 5일: Platinum Jubilee Pageant (플래티넘 쥬빌리 페전트)


등이 있고 공식 행사 외에 전국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있었다. 동네마다 길거리 파티를 열었으며 음식점과 카페에서는 특별 메뉴를 준비하기도 했다. 여왕이 좋아하는 견종인 코기를 주인공으로 하는 코기 티도 열렸다.


1. 공군 곡예비행단 Red Arrows의 축하비행  2. Trooping the Colours의 씬스틸러 루이 왕자(여왕의 증손자)


3. 버킹엄궁 외벽에 비춘 여왕의 역사  4. 쥬빌리 콘서트 전 삼엄한 경비
5 & 6. 쥬빌리 기념 스트리트 파티


Trooping the Colours 행사 왕실 등장 영상

쥬빌리 콘서트를 오픈한 여왕과 패딩턴 베어의 애프터눈티 깜짝 영상(너무 귀엽다!)


이번 행사에 책정된 예산(실제 비용은 다를 수 있음)이 28백만 파운드(약 437억원)라는 것을 두고 말이 많고 왕실 내 불화(해리 왕자는 공식적으로 왕실을 떠났다) 등 다양한 이유로 영국 로얄 패밀리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영국인들이 여왕과 왕실을 좋아하며 자랑스러워하고, 외국인들은 왕실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 문화를 부러워한다. 여왕이 정치에 직접 개입하진 않지만 영국 외교에 큰 역할을 하며 어려운 시기에 국민 앞에 나서 용기를 주기도 한다. 2020년 4월, 코로나로 영국에 전국봉쇄령이 내려져 혼자 집에 갇혀 우울감에 잠겨 있을 때 나도 여왕의 스피치를 기다렸다 듣게 되더라. 여왕의 We will meet again이라는 말이 왠지 위로가 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첫 공식 스피치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당시 14살의 엘리자베스 공주는 다른 나라로 피난을 가야했던 아이들에게 Children's Hour 라디오 방송을 통해 힘과 용기를 전했다.


어찌됐든 이번 행사는 2년이 넘어가는 팬데믹에 지친 영국인들에게 마음껏 놀고 먹고 마시고 즐길 마땅한 이유를 제공했다. 온 나라가 시끌벅적 신명나게 놀았으니, 그걸로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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