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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Aug 04. 2022

Stolen Focus

주의를 빼앗기는 현대사회

몇 년 전 재밌게 읽었던『Lost Connections』(한국어로는 『물어봐줘서 고마워요』라는 다소 애매한 제목으로 번역)의 저자 요한 하리(Johann Hari)의 새 저서 『Stolen Focus』를 읽었다. 『Lost Connections』는 현대인의 질병인 우울증과 불안의 원인을 파고드는 책이었고 이번 『Stolen Focus』는 집중하기 어려운 현대사회를 분석했다. 르포 전문기자답게 상당한 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엮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두 권 모두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인상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볼 만하다.


집중하지 못하는 건 네 탓이 아냐

예전에는 영화관에 앉아 두 시간짜리 영화를 보는 게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젠 50분짜리 드라마도 한 자리에서 보기 힘들고 20분짜리 유튜브 영상도 끊어본다. 3~5분짜리 짤이 괜히 많아지는 게 아니며,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 드라마도 온전한 정주행보다 요약본을 즐겨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모두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유를 언급하는데 그 중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건 최근 십여 년 사이 등장해 전 세계 사람들을 사로잡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이런 서비스는 주 수입원이 광고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오래 머물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내노라 하는 인재들을 고용해 어떻게 하면 사용자를 1분 1초라도 더 붙들어 놓을까를 고민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불순한 의도를 지닌 악덕 기업이라고 매도하진 않는다.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할뿐이다. 따라서 변화를 꾀하려면 수익 구조를 바꾸거나 정부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광고를 줄이는 대신 사용자들에게 월 사용료를 받는다면 사용자들이 하루종일 앱을 사용하도록 중독성 있게 만들지 않아도 어느 정도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집중력 저하를 개인의 의지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소개한다. 다만 이것은 'cruel optimism'(희망 고문)이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비만과의 전쟁을 위해 미성년자에 대한 탄산음료의 광고를 제한하고, 학교에서 자판기를 없애버리는 등의 규제를 도입했던 사례를 든다.


매체가 곧 세상을 보는 눈

책에서 언급되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중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사용하지 않고, 인스타그램은 적당히 하는데 유튜브를 좀 많이 본다. 특히 구글에 대한 넘치는 사랑으로 유튜브가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부분을 읽을 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시청 시간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딱히 그렇게 의도하지는 않더라도) 알고리즘은 점점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추천하게끔 설계되었다는 것. 극단주의와 양극화가 심화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캐나다 철학자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medium is the message(미디어 그 자체가 메시지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가 어떤 매체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우선순위와 가치관이 변한다는 것.


사용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트위터의 경우, 이 세상은 280자의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어느 하나에 오래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문장이 성공적인 콘텐츠라고.

First: that you shouldn't focus on any one thing for long. The world can and should be understood in short, simple statements of 280 characters. Second: the world should be interpreted and confidently understood very quickly. Third: what matters most is whether people immediately agree with and applaud your short, simple, speedy statements. A successful statement is one that lots of people immediately applaud; an unsuccessful statement is one that people immediately ignore or condemn. 


페이스북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우리가 존재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매일 지인들에게 하루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게 목표다. 페이스북에서 '우정'이란 서로 인생의 하이라이트를 정기적으로 살펴보는 것.

How about Facebook? What's the message in that medium? It seems to be first: your life exists to be displayed to other people, and you should be aiming every day to show your friends edited highlights of your life. Second: what matters is whether people immediately like these edited and carefully selective highlights that you spend your life crafting. Third: somebody is your 'friend' if you regularly look at their edited highlight reels, and they look at yours- this is what friendship means.


인스타그램은 외면이 첫째로 중요하다고 말한다. 둘째도, 셋째도, 넷째도. 겉으로 어떻게 보이느냐가 전부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How about Instagram? First: what matters is how you look on the outside. Second: what matters is how you look on the outside. Third: what matters is how you look on the outside. Fourth: what matters is whether people like how you look on the outside. (I don't mean this glibly or sarcastically: that really is the message the site offers.)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책은 어떨까. 책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의미있는 작업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What, I wondered, is the message buried in the medium of the printed book? Before the words convey their specific meaning, the medium of the book tells us several things. Firstly, life is complex, and if you want to understand it, you have to set aside a fair bit of time to think deeply about it. You need to slow down. Secondly, there is a value in leaving behind your other concerns and narrowing down your attention to one thing, sentence after sentence, page after page. Thirdly, it is worth thinking deeply about how other people live and how their minds work. They have complex inner lives just like you.


특히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타인의 감정과 입장을 더 잘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소설을 읽어서 공감능력이 향상된 건지 원래부터 그런 방면에 뛰어난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기 때문에 뾰족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진 않지만, 개개인의 노력이 아닌, 기업의 수익구조 변화와 정부의 규제가 있어야만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외치는 것.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심도있게 분석하고 다양한 연구결과와 인터뷰를 소개하는 데 의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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