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엄마
Blissfully I laid my palm flat, blanketed it with a piece of lettuce, and dressed it just the way I liked - a piece of glistening short rib, a spoonful of warm rice, a dredge of ssamjang, and a thin slice of raw garlic. I folded it into a perfect satchel and popped it into my mouth. I closed my eyes and savored the first few chews, my taste buds and stomach having been deprived for months of a home-cooked meal.
더없는 행복으로 손바닥을 펼쳐 상추를 얹고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쌈을 쌌다. 윤기가 흐르는 갈비 한 점, 따뜻한 밥 한 술에 쌈장을 묻히고 그 위에 마늘편을 올린다. 완벽하게 접어 쌈을 만들고 입 속으로 넣는다. 눈을 감고 씹으며 몇 개월간 집밥이라고는 구경도 못해본 혀와 위장이 그 첫 맛을 음미한다. (한글판이 없어 번역은 내 맘대로)
엄마의 죽음을 맞이하는 20대 딸의 이야기를 담은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를 읽는 내내 두 가지 감정을 오갔다. 엄마의 사랑과 희생을 담은 스토리만 보면 눈물이 고이는 나이라 엄마의 죽음이 주제인 작품을 읽으며 슬프지 않을 수 없었고, 한국 문화, 특히 음식을 상세히 묘사한 부분에서는 표현에 감탄하며 전율했다. 책을 읽다 말고 휴대폰을 꺼내 Google Keep에 저장했다.
The rice alone was a miraculous reunion, the cooker having imbued each kernel with textural autonomy, distinguishing it from the gluey, microwavable bowls I'd been surviving on in my dorm room.
밥부터 기적의 상봉이었다. 밥솥에 지은 밥은 한 톨 한 톨이 살아있어 기숙사 방에서 전자렌지에 돌려먹는 떡진 즉석밥과 차원이 달랐다.
음식 이야기가 꽤나 많이 나온다. 작가가 엄마에게 갖는 유대감,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모두 음식이다. 우린 먹는 데 진심인 민족이니까. 더블린에 살면서 가장 괴로웠던 게 음식이었다. 재료나 조리방식이 어찌나 천편일률적인지. 다행히 런던에는 세계 각국의 음식이 들어와 있지만 내 성에 차지는 않는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음식에 호기심이 전혀 없는 영국 사람들이 많다. 섬나라에서 먹는 생선 종류를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니. 스콘도 한국이 더 맛있으니 할 말이 없다.
My first words was Korean: Umma. Even as an infant, I felt the importance of my mother. She was the one I saw most, and on the dark edge of emerging consciousness I could already tell that she was mine. In fact, she was both my first and second words: Umma, then Mom. I called to her in two languages. Even then I must have known that no one would ever love me as much as she would.
내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한국어였다. 엄마. 아기였을 때조차 엄마의 중요성을 안 것이다. 가장 많이 본 사람이었고 겨우 의식이라는 게 생겨나는 중에도 이미 엄마는 내 것이라는 걸 알았다. 사실 첫 번째이자 두 번째 단어가 다 엄마였다. 엄마, 그리고 영어로 Mom. 두 언어로 엄마를 불렀다. 그때도 엄마보다 나를 더 사랑할 사람은 없다는 걸 알았나보다.
얼마 전에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다섯 번째인가 또 봤는데, 동백이(공효진 분)와 용식이(강하늘 분)의 사랑 이야기에 마음이 따뜻해지다가도 드라마에 등장하는 엄마들에 마음이 미어졌다. 『H마트에서 울다』작가인 미셸은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엄마를 갑작스럽게 잃었지만 마흔이 된 나도 준비가 안 된 건 마찬가지. 난 여전히 엄마가 없으면 안 된다.
이모가 해준 이야기에 반성한 적이 있다. 무슨 이야기 끝에 나온 말인지 모르겠지만 사촌동생 선영이가 이모와 이모부에게 엄마 아빠가 없으면 매우 슬프겠지만 그래도 우린 잘 살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단다. 부모 입장에서 이렇게 마음이 편해지는 말이 있을까. 난 나이를 헛먹었구나. 몇 년 전 엄마가 독 성분이 든 산나물을 잘못 먹고 며칠 앓다가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었다. 온몸이 시커매지고 간 수치가 심각하게 안 좋아서 입원까지 했었다. 이렇게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든 엄마는 내가 가장 걸렸는지 빨리 결혼하라고 평소에는 하지 않던 독촉을 했는데, 거기에 난 "그러니까 엄마 오래오래 살아"라고 했다.
미셸은 엄마가 암 투병을 할 때 엄마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엄마를 보살폈고 엄마가 죽은 후에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김치를 담그고 잣죽을 만들었다. 런던에서 한국 음식을 해먹으며 항상 하는 "엄마가 해준 맛이 안 나"라는 말은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다. 비슷하게나마 구현할 수 있는 고추장 돼지불고기나 호박전을 해먹으며 아쉬움을 달래고, 시도했으나 안 되네 싶은 김치찌개, 고등어조림, 오이무침은 한국 가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