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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Aug 03. 2021

잘 해먹고 삽니다 VI

7월의 집밥

런던의 여름은 덥지 않다. 30도를 넘어가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덥다 싶은 기간은 딱 2주다. 덥다고 해도 건조하기 때문에 한국의 후덥지근한 여름과 비교할 순 없지만, 에어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라라 은근히 더위를 타게 된다. 여름다운 날들이 이어진 7월, 입맛이 없고 주방에서 요리하기에 더워 집밥을 해먹은 날이 줄었다.


그럼에도 생겨난 에피소드. 7월 4일 일요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맞고 몸 보신을 하겠다고 장어아보카도롤을 만들었다. 전날 먹고 남은 장어 반 마리에 아보카도도 마침 잘 익었길래 갑자기 생각해낸 메뉴다. 장어를 먹지 않는 유진이는 백신 후유증으로 밥보다는 잠을 택한 터라 혼자 만들었는데 그러다보니 엄청난 실수를 했다. 


발코니에서 기르는 콩잎도 따고 계란말이를 도톰하게 부치고 장어도 굽고 생강까지 잘게 썰었다. 밥을 양념하고 김발과 김밥김도 꺼냈다. 그렇게 식탁에 완벽하게 준비해놓고 일회용장갑을 끼고 김을 꺼내려는데 봉지가 텅 비어있는 게 아닌가. 전에 김밥을 쌌을 때 김이 남은 줄 알고 빈 봉지를 고이 지퍼백에 넣어놓은 거다. 맙소사. 마지막 김밥을 유진이가 말았는데 난 김이 남은 줄 알고 확인하지 않은 채 보관했고 그걸 유진이는 못 본 거다. 이 사실을 알려줄 유진이는 방에서 자고 있었고.


황당하고 어이없어 잠시 정신줄을 놓았다가 재료 준비한 게 아까워 도시락김을 한 봉지 뜯었다. 아홉 조각의 김을 정성들여 배열하고 밥으로 어떻게든 붙여보려 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김밥을 써니 김 조각대로 삼단분리. 잘 조합해서 먹었다.

1. 완벽한 재료 준비 - 이 사진을 찍을 땐 김 봉지가 비어있는 줄 꿈에도 몰랐다  2. 김 9 조각이 한 조각인 양 김밥 재료를 올려본다  3. 김밥인 척


그 밖에 7월에 해먹은 음식들..

4. 버로우 마켓에서 파는 닭 간과 깍두기볶음밥  5. 콩을 갈아 만든 콩비지찌개  6. 직접 기른 콩잎으로 만든 콩잎고기전과 김치전 믹스로 만든 김치전



7. 한인 정육점에서 사온 차돌박이와 비빔국수  8. 각종 튀김 - 시계방향으로 어묵 아보카도 연근 브로컬리 단호박  9. 냉동김밥으로 만든 김밥볶음밥


입맛 없는 더운 7월이었지만 이렇게 또 잘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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