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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Sep 11. 2021

에어비앤비 스토리

에어비앤비의 최고 가치는 Belonging이다. 일대일대응이 되는 한국어가 없어 한국어 로컬리제이션 매니저들이 머리를 싸매는 'Belonging'은 의역하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존중 받는 느낌이다. 에어비앤비는 "create a world where anyone can belong anywhere(누구든 어디서나 소속감을 느끼고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를 목표로 한다. 수많은 회사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make the world a better place)며 원대한 사명을 세우지만 에어비앤비는 진심이다. 내부에서부터 그 가치를 실천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로 에어비앤비는 창업 이래 가장 큰 위기를 맞았고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으로 버텼다. 매출은 나올 곳이 없는데 예약 취소와 문의로 고객지원팀은 일이 산더미처럼 불어났고 제각각인 각국 정부의 방역 규제에 맞춰 숙소 예약과 환불 정책을 조정하느라 로컬리제이션팀은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바이러스 확산세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기에 각국 당국도 정책을 전날에야 내놓았고 그 정책을 호스트와 게스트들에게 각 언어로 전달하는 역할을 실수없이 해내야 했다. 구조조정으로 아끼는 동료를 잃고 사기가 저하된 상황에서 일까지 쏟아지는, 유례없이 힘든 날들이었다.  


오프라인 활동이 멈춘 2020년 상반기, 에어비앤비는 사업 계획을 송두리째 뒤엎는다. 2020년 상장을 앞두고 대대적인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항공편 등의 교통과 호텔 사업을 접고 메인 사업인 숙소(Homes)와 체험(Experiences)을 과감하게 전환한다. 여행이 금지되고 꺼려지는 환경에서 자차로 이동이 가능한 근거리 숙소를 제안하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도시를 벗어나 기분 전환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장기 투숙 서비스를 확장했다. 현지인의 가이드로 숨은 명소와 액티비티를 하는 체험 상품은 100% 온라인으로 전환해 온라인 체험(Online Experiences)을 출시한다.


회사가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경영안정화가 무엇보다 시급했지만 직원들의 정신건강도 잊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할 직원들을 위해 웰빙 휴가(Well-being time off)와 본인이나 가족이 코로나에 감염되거나 방역조치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경우를 대비해 수 주간 낼 수 있는 긴급 휴가(Public Emergency time off)도 마련했다.


평소라면 사무실에서 커피 마시고 점심을 함께 먹으며 소통했을 직원 간의 교류를 위해 줌(Zoom)에서 커피 타임을 마련했고 슬랙(Slack)에서 따로 채널을 만들어 업무 외 잡담을 자유롭게 나누도록 권장했다. 출근했다면 함께 했을 행사 대신 온라인이나, 따로 또 같이 할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식물 키우기 

2021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런던 사무실에서는 식물 구독 서비스 폿갱(pot gang) 3개월 구독 이벤트를 진행했다.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차원에서 집에서 식물을 키워 먹자는 취지인데 정원이 없는 시내에서 집콕하는 런더너들에게 딱 맞는 상품이다. 폿갱의 슬로건은 재치있게도 The grow-your-own veg and herb kits for gardeners who don’t know what they’re doing(식물의 '식'자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식물/허브 키트)이다. 코로나 봉쇄령으로 답답하던 차에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재미와 지구를 살리는 데 일조(?)한다는 성취감까지 얻었다.


폿갱에서 배송받은 씨앗으로 키운 식물 - 1. 프렌치 빈   2. 로켓   3. 민트



에어비앤비 요리책

5월 28일 World Hunger Day를 맞아 기아 퇴치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 세계 직원들로부터 레시피를 모아 요리책을 만들어 기부금을 모았다. 참여는 선택이지만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하고 외국인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음식을 고민하다 결국 팥앙금을 이용한 단팥죽과 앙버터 스콘을 제출했다. 실제 요리책을 보내주지 않고 pdf 파일로 와서 조금 실망했지만 레시피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유진이와 다양한 아이템을 시도해보며 나름 재밌었다.  


4. 에어비앤비 요리책  5. 내가 제출한 팥앙금 레시피


IPO's 시리얼

시리얼은 에어비앤비 창업 스토리에서 존재감 있는 조연이다. 2008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사업을 접을 위기에 처하자 공동창업자 조, 브라이언, 네이트는 대선을 겨냥해 후보들의 이름을 딴 시리얼을 만들어 판매했다. 기존 시리얼 중 가장 싼 제품을 포장만 바꿔 500개 한정으로 40달러에 판매했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이 에어비앤비에 투자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시리얼이다. “If you can convince people to pay $40 for a $4 box of cereal, maybe you can get strangers to stay in other strangers’ homes.(4달러짜리 시리얼을 40달러 주고 사게끔 할 수 있다면 모르는 사람 집에 머물게도 할 수 있겠다)”며. 에어비앤비 핵심 가치(core value) 중 하나인 Be a Cereal Entrepreneur도 여기서 나왔다(원래 철자는 serial entrepreneur).  


2020년 말 에어비앤비 상장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에어비앤비 초기 투자자들이 아이피오즈(IPO's)라는 이름의 시리얼 상자를 제작해 전 직원에게 선물했다.

6. 에어비앤비를 있게 한 오바마 오즈(Obama O’)와 캡틴 매케인즈(Capn’ McCains)  7. 상장 기념 아이피오즈(IPO's) 시리얼



에어비앤비 스토리 앨범

우리는 에어비앤비답게 상장을 기념했다. 현 직원뿐 아니라 퇴사한 직원들에게 모두 메일을 보내 지난 13년간의 여정을 기록하는 에어비앤비 스토리 앨범(Our Airbnb Story)에 사진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 앨범을 언급하자 유진이는 "그걸 왜 만든 거야?"하고 물었고 순간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다.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작업이었고 에어비앤비스러웠다. 에어비앤비의 역사에 잠시라도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과 함께 기념하고 축하하는 게. 앨범을 받아보니 첫 장에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옮겨본다.


Over the course of 13 years, some of the brightest minds and biggest hearts shaped Airbnb into an extraordinary community and company. In December 2020, we shared Airbnb with the world when we became a public company. To celebrate and honor this transition in a uniquely Airbnb way, we asked you to share photos of memorable moments from your Airbnb journey. You shared photos of your first days during Check-In, of offsites and new friendships, of product launches and community events. The pages in this book represent the thousands of employees and millions of moments that built Airbnb.
This is Our Airbnb Story.

지난 13년 간, 명석한 두뇌와 넓은 마음을 가진 직원들 덕분에 에어비앤비는 아주 특별한 커뮤니티와 회사로 거듭났습니다. 2020년 12월 기업을 공개하며 에어비앤비는 상장사가 되었고 이 순간을 에어비앤비답게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추억의 순간을 공유하도록 요청했습니다. 입사일, 팀 워크숍, 동료들과 즐거운 순간을 담은 사진, 프로덕트 출시일, 호스트와 게스트 커뮤니티와 함께한 순간들. 수천 명의 직원들이 에어비앤비를 일궈온 수백만 순간들이 담겨있습니다.
우리의 에어비앤비 스토리입니다.

 

8-10. 에어비앤비 스토리 앨범 - 대학 졸업앨범만큼 두껍고 무겁다  


11-13. 다양한 추억을 테마별로 담았다  


아직도 베이징 사무실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따로 있지만 함께 순간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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