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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Dec 28. 2021

#플랫화이트

나의 에너지원

“A flat white, please.” 

런던 카페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에스프레소를 기본으로 미세한 입자의 마이크로 폼(micro form) 스팀 밀크를 혼합하여 만든 커피이다. 우유 거품의 형태가 카푸치노와 같이 부풀어 있지 않다 하여 ‘평평한’ 이라는 의미의 ‘플랫(flat)’에 우유를 의미하는 ‘화이트(white)’가 더해져 이름 지어졌다. 
                                                                                                           - 두산백과 [Flat White]


무슨 말이 필요할까. 아침에 눈을 떠 샤워하고 노트북이나 책을 한 권 챙겨 좋아하는 카페를 향한다. 카페인(Kaffeine)에 가면 바나나 브레드, 잉글랜드 레인(England’s Lane)에 가면 피스타치오 브리오쉬, 카페에 따라 곁들이는 음식이 달라질 뿐, 언제나 커피는 플랫화이트다. 라떼는 우유가 너무 많아 싱겁고 카푸치노는 우유 거품이 거칠어 목넘김이 부드럽지 못하다. 에스프레소 더블샷에 뜨겁지 않은 스팀 밀크를 쫀쫀한 거품을 내어 올린 플랫화이트가 정답이다. 


1&2.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카페 카페인(Kaffeine) - 호주 출신 사장님이 매일 출근하고 인스타도 활발하게 한다. 에그 베네딕트도 맛있지만 여긴 바나나 브레드가 진리.
3&4. 오존 커피 로스터즈(Ozone Coffee Roasters) - 뉴질랜드에서 건너왔다.  여기도 바나나 브레드 먹어야 한다.


2021년 1월, 하루 확진자 6만명을 훌쩍 넘은 영국으로 돌아가 장보는 것 외에는 에어비앱비 숙소에서 칩거했다. 테이크아웃은 가능했으나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 바이러스가 묻어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숙소 앞 1분 거리에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카페를 발견했다. 고민 끝에 용기를 내 플랫화이트를 테이크아웃해서 돌아왔다. 우유가 흔들리지 않게 100여 미터를 색시 걸음으로 걸어서. 종이컵을 소독 티슈로 닦고 한 모금 들이켰다. 한 달여만에 맛본 플랫화이트는 천국의 맛이었다. 그래, 이 정도면 목숨 걸 만해. (다 마시고 나서 ‘상상 코로나’에 걸려 열이 나고 목이 아파 비타민 먹고 약 먹고 난리 쳤다는 후문이...)


5&6. 여기가 바로 상상코로나 발원지 기욤 커피 하우스(Guillam Coffee House) - 피스타치오 크로와상 곁들이면 환상적인 맛.


런던에서 플랫화이트를 처음 접해 영국에서 시작한 커피인 줄 알았으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가 서로 원조라고 싸운다. 그러고보니 좋아하는 런던 카페들은 오스트레일리아 또는 뉴질랜드 카페가 많다. 두 나라의 라이벌 관계는 재미있다. 한국과 일본처럼 씩씩 대는 라이벌이 아닌, 큭큭 대는 라이벌이라고 해야 하나. 죽기 전에 가봐야 한다는 뉴질랜드 남섬의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 트레킹을 함께 한 그룹에 호주 사람들이 꽤 있었다. 매일 저녁이면 다음 날 코스를 설명해주며 볼 수 있는 동식물 안내도 해줬다. 그 중 케아 앵무새(Kea)는 꽤나 영리하고 장난꾸러기라 소지품을 유의하라고 당부하며 “IQ가 4살 아이 정도에요. 아 호주에서는 6살 정도?”라고 말하며 이웃나라를 디스하는데 모두가 빵 터졌다.

 

진하고 부드러운 플랫화이트 한 잔은 행복이다. 오늘 하루를 힘차게 시작할 에너지를 준다. 책을 읽든 일을 하든 글을 쓰든, 집중력을 높여준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연희동 카페에 앉아 있다. 플랫화이트와 얼그레이 팬케익을 먹고 영감을 받아 쓴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플랫화이트. 말해 뭐해, 별점 5개. 


7~9. 서울에서 가장 사랑하는 카페 푸어링아웃 - 얼그레이 팬케익과 플랫화이트. 신청곡을  좋은 스피커로 빵빵하게 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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