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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토끼 Jan 23. 2022

#행복

"엄마는 겉으로 봤을 땐 남들한테 내세울 게 하나도 없지만 본인은 행복한 딸이 있는 게 좋아, 행복하진 않지만 남부끄럽지 않은 조건을 갖춘 딸이 좋아?"


무슨 답이 듣고 싶었을까. 엄마는 너만 행복하면 되니까 다른 사람 신경 쓰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이런 거? 아님 행복하진 않아도 엄마가 남들한테 내세우기 부끄럽지 않으니까 그렇게 불효자는 아니라는 위안?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혼동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착각하고 산다. 


내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는 행복이다. (당연한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요가와 명상, 상담으로 끊임없이 내면을 들여다보며 내가 누구인지, 나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아침에 공복 상태로 몇 시간을 버티고 지하철에 버스까지 갈아타며 무거운 노트북을 이고 연희동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플랫화이트를 마시는 순간이 주는 행복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편하고 안락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데 굳이 (그것도 코로나 시국에) 살인적인 월세와 세금을 감당하며 런던에 온 것도 마찬가지다. 내 행복이 여기 있을 것 같아서. 런던에서 사는 게 꿈이라서. 해외살이의 외로움과 집 없는 설움을 상쇄할 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언젠가는 내 행복이 최우선 순위가 아닌 날이 오길 꿈꾼다. 나의 행복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가 생겨 조금 덜 행복하더라도 그 가치를 추구하는 것만으로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삶을 사는 날이 오길. 그런 마음의 변화가 찾아오길. 어쩌면 그 날이 와야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다른 방법을 모르니, 오늘도 맛있는 커피를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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