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과 졸업생의 PM 도전기 (2)
1편에서 언급했듯, 나는 PM 인턴으로 입사할 당시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은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이 입사한 마케팅 인턴이 자신이 웹개발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의 부회장이며, 곧 리쿠르팅을 진행할 예정이니 한 번 지원해보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개발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개발에 대한 호기심이 커져가고 있었던 나는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렇게 나는 인턴 기간을 마치고 3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됨과 동시에 동아리에서 웹개발을 배우기 시작했다.
개발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어릴 때부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나로서, 직접 웹 화면을 구현해본다는 것은 정말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도파민이 폭발한 나는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강한 열망과 갈증을 느꼈고, 일과 학교, 동아리를 병행하면서 재미있어 보이는 IT 관련 대외활동에 마구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나는 2024년 한 해 동안 LG Aimers, 업스테이지 해커톤, 네이버 AI Rush, 빅데이터 공모전, 채널톡 해커톤 등 여러 대외활동에 참여했고, 하나씩 끝날 때마다 미친 듯이 성장해 있었다.
하지만 회사 외부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재미를 느낄수록, 회사에서는 PM이라는 직무에 대한 회의감이 점점 커져갔다. 정말 간단하게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어도 반드시 개발자를 붙잡고 부탁해야만 하고, 다른 팀원들이 일하기 편하도록 잡일을 도맡는 것은 물론, 팀 내 유일한 비개발 직군으로서 가장 흥미 없는 마케팅 업무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현타가 왔다. PM은 종종 '잡부' 취급을 받곤 하는데, 하필이면 나는 팀의 막내였고, 자연스럽게 귀찮은 일들을 많이 떠안게 되었다. 내가 회사의 첫 인턴이자 신입이라 체계가 부족했던 점도 내가 느끼는 답답함에 한몫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진지하게 개발자로의 전향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긴 고민 끝에, 졸업을 앞둔 8월, 일말의 미련도 남기지 않기 위해 컴공 전공 수업을 몇 개 들어보고, 가능하다면 개발 인턴을 해보면서 내 인생의 마지막 진로 고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PM이 된 만큼, 나한테 정말 잘 맞는 직무인지 고민해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컴공 전공 수업과 과제는 재미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또, 운 좋게 네이버 자회사 개발 인턴으로 지원할 기회가 있었는데, 면접을 보고 나온 밤 9시에도 여전히 환하고 정신없는 사무실을 보며 현실적인 면들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리 동생의 창업팀에서도 잠깐 일을 도와주며 개발자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는데, 개발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서 코드를 들여다보고, 예상치 못한 오류로 퇴근이 늦어지기 일쑤였으며, 문제가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노트북 앞에 앉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개발이 좋은 것인지, 개발자가 되고 싶은 것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었고, 나의 경우에는 전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돈을 받으며 개발을 해보니, 어떠한 일이든 돈을 받고 책임을 지는 일은 원래 쉽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결국, 나는 철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먼 길을 돌아 나는 다시 PM의 자리로 돌아왔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체계가 잡히고, 나보다 늦게 입사한 개발자들도 생기면서, 나는 잡부가 아닌, 매니저이자 리더로서 점차 신뢰를 얻어갔다. 스트레스의 원천이었던 마케팅 업무도 줄어들며 PM이라는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PM 일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신입으로 적응하기 힘든 환경이 문제였던 것 같다.
이러한 방황 끝에 나는 PM이 나에게 맞는 직무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었고, 직접 경험해본 덕분에 다른 직무에 대한 미련도 완전히 버릴 수 있었다. 결국 뭐든지 해봐야 아는 것 같다. 어차피 후회할 거라면, 해보고 후회하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망설이지 말고 마음껏 도전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