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by 히예

매주 같은 시간에 가면 같은 강사님에게 수업을 받게 되는데요. 강사님은 무용수 같은 외형을 갖고 계세요. 몸은 얇고 여리한데 얼굴도 작고 동양적인 마스크가 매력적인 분이죠. 목소리도 차분하시고요. 그 차분한 목소리로 아주 천천히 가르쳐주시죠. 천천히 말씀하시고, 천천히 숫자를 세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천천히 알려주시는 동작을 따라 하고, 천천히 고통스러워져요.


천천히 흐르는 그 시간을 지나고 '와, 하나 해냈다.' 하고 한숨을 쉬고 있으면 차분한 강사님의 목소리가 또 들려옵니다. "여기까지가 기본 동작이에요. 이제 난이도를 좀 더 올려볼 거예요."

하하, 유일하게 웃음이 나오는 순간입니다. 해탈의 웃음이랄까요. 천천히 고통스러웠던 그 시간이 겨우 기본 동작이었다니. 여기서 난이도를 어떻게 더 올리나요 강사님!


지난번 체어 수업때 했던 하체 운동 때는 이대로 엉덩이가 끊어지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근육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건 아닌가 봐요. 옆구리 운동 때는 갈비뼈에 금이 간 건가 싶었는데 뼈도 그렇게 쉽게 금 가는 건 아닌가 봐요.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는 건 저뿐만은 아닐 거예요. 같이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도 분명히 힘들 텐데, 이 분들은 대체로 조용하세요. 앓는 소리를 내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몰래 트림하는 사람처럼 한숨 아닌 척 한숨을 몰래 쉬고요. 소리는 못 내고 오만상 구겨가며 어찌어찌 따라가는 중입니다. 수업 중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강사님 뿐인데, 조용히 집중하시는 다른 분들께 민폐 끼치지 않으려 앓는 소리가 나오려는 걸 꾹꾹 참고 있어요. 얼마 전에 미간에 주름이 생기는 것 같아서 보톡스를 맞았는데 필라테스가 보톡스를 이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주엔 주 3일을 갔더니 일주일 내내 근육통에 시달렸어요. 그러면서도 운동 후에 느껴지는 근육통은 훈장 같아서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마주하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며 버틴 시간 끝에 주어진 칭찬 스티커 같은 거니까요. 아직 운동하는 게 행복하진 않지만, 약간의 뿌듯함을 느낄락 말락 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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