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발레를 배우던 그 한 달의 기억을 꺼내봅니다. 발레리나의 올곧은 자세를 떠올려보면 발 뒤꿈치부터 허벅지까지 양쪽이 단단히 붙어있습니다. 마치 다리 두 짝이 하나로 합쳐진 것 같은 모습입니다. 발레 학원에서 강사님도 저에게 그렇게 허벅지끼리 붙여서 서보라고 하셨습니다. 두괄식으로 말하자면 저는 한 달 동안 그렇게 서지 못했습니다. 그전부터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제 다리는 약간 오다리예요. 심한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일자로 곧게 뻗어있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아쉽게도 한 달 동안 발레리나처럼 곧게 서있는 것조차 성공하지 못한 채 그만두게 되었더랬죠. 엉덩이에 힘을 꽉 주고 허벅지를 붙여보라는 강사님의 지도가 영 통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엉덩이와 다리에 힘을 줘도 허벅지 사이의 빈 공간이 꽉 채워지지는 않더라고요. 그때는 제 몸이 어딘가 이상한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발레를 배우던 그때를 떠올렸던 건 허벅지 붙이고 서있기를 얼마 전에 성공했기 때문이에요.
바렐 시간이었습니다. 양 쪽 발 뒤꿈치는 서로 붙이고 양 쪽 엄지발가락은 서로 떼서 발로 V자 모양을 만들어 섰습니다. 검지 발가락의 방향과 무릎의 방향이 같은지 확인하라는 강사님의 말에 확인을 해보니, 제 검지 발가락은 바깥쪽을 향해있는데 무릎은 정면을 향해있었어요. 머릿속으로 상상하니까 좀 이상한가요? 저에게는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편안한 상태였는데 말이지요.
강사님은 무릎을 바깥으로 돌려보라고 했어요. 그러면 엉덩이에도 힘이 들어가고 안쪽 허벅지 힘도 쓰일 거라는 말과 함께요. 그래서 시키는 대로 엉덩이와 안쪽 허벅지에 힘을 주어 무릎을 바깥으로 돌려보았습니다. 어지간히 애를 써야 하기는 했지만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양쪽 뒤꿈치, 종아리, 허벅지가 모두 붙었습니다. 발레 학원에서 안되던 곧게 서기가 갑자기 필라테스하다가 됐습니다. 모든 운동은 다 이렇게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요?
골반이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무릎이 좀 튀어나갈 것 같은 기분이 별로긴 했는데요. 아마 그 불편했던 자세가 곧고 예쁜 자세였겠죠. 아무튼 되긴 했습니다. 곧게 서는 그 자세가요. 필라테스 시간에는 그 자세에서 무릎을 구부려 자세 낮추기, 발 보폭을 넓혀 무릎 구부려 자세 낮추기 같은 동작을 연달아했어요. 발레 동작 같기도 했습니다. 하체 운동이 엄청 되더군요.
필라테스에서 했던 동작을 집에 와서 다시 해본 적은 두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그중에 하나가 양쪽 뒤꿈치부터 허벅지까지 붙여서 서는 것이었어요. 엉덩이와 안쪽 허벅지에 힘을 주고 무릎을 돌려서 서면 느낌은 이상한데 거울 속 다리가 곧게 서있어서 신기해요. 근력도 근력인데 필라테스 수업이 다 끝날 때쯤에 힘들이지 않고도 무릎이랑 검지발가락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