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있는 삶과 딩크의 삶, 그 기로에서(3)

by 히예

한동안 딩크에 대한 고민이 머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밥을 먹다가도, 화장실에서 손을 씻다가도 언제라고 할 것 없이 하루 종일 딩크 생각만 했다. 우리 부부 대화주제의 90프로 이상이 딩크 고민과 관련된 것이었다. 조급했다. 고민만 하다가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낼까봐. 내 아까운 가임기가 소모되고 있을까봐. 또는 내 아까운 자유의 시간들이 소모되고 있을까봐.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진짜 네가 원하는 게 뭐냐고, 어떤 것이 두려운 거냐고 끊임없이 묻고 답했다. 그런 과정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 딩크부부를 선언한 A: 비혼주의였다가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A. 어렸을 때부터 비혼, 비출산주의였으나 남편의 지극정성에 결혼을 선택한 여성이다. 그녀의 출산에 대한 생각은 확고했다. 남편도 동의했고, 남편과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는 가족 중에 임신과 출산을 하고 임신성당뇨로 건강이 악화된 경우를 보았고, 육아의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배 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마치 기생충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녀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고, 임신 출산 육아에 모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기생충이라는 표현에 놀라기도 했지만, 가감 없이 솔직한 생각을 나누어준 그녀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그녀의 흔들림 없는 단호함이 부럽기도 했다.


* 출산을 원하지 않는 미혼여성 B: 결혼은 하고 싶지만 인생에 아이를 낳는 일은 없을 거라는 미혼여성이다.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가 있는 가정을 상상해보기도 하지만 출산이라는 행위 자체에 공포감이 있다고 한다. 아이를 원하는 마음이 생기면 입양을 고려해 볼 것 같다고 한다.


* 미취학 아동 2명을 키우는 C: 결혼을 했으니 마치 순리인 듯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아이를 준비하면서 자연임신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C는 망설임 없이 병원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하고 아들 둘을 낳아 기르고 있다. 아이를 낳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아이를 낳는 선택을 또 할 것 같은지 묻는 나의 우문에 '난 이미 우리 애들 얼굴을 알고 있잖아'라고 그녀는 답했다. 그녀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는지 더 이상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녀는 아이를 낳아 느끼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보다 걱정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단언컨대 그녀의 걱정이 그녀의 불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걱정 이야기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너무나도 사랑하는 존재를 갖게 된 사람의 숙명에 대한 이야기였으리라. 그녀는 아이가 아무리 커서 나이를 먹어도 자신의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이 아이를 염려하며 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D: 2년 정도 신혼을 즐기고 임신준비를 본격적으로 했으나, 생각만큼 바로 아이가 생기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한 D는 얼마 전에 딸아이를 출산했다. 출산 당일 그녀는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아프고 힘들었던 날이 없었다고 하면서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만큼 행복한 날이라고 출산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기다렸던 아이를 품에 안은 그녀의 벅찬 마음이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얼마간 딩크를 선언하거나, 아이를 낳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시나 정답은 없다고 생각했다. 두 입장 모두 각자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어떤 삶을 선택하던 그 나름의 행복과 후회가 있겠구나, 생각했다.


요즘 내 마음이 기우는 쪽은 아쉽게도(?) 딩크다. 평생 딩크로 살 것이라고 확언을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지금은 그렇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렇게 망설이는 마음으로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아이를 원하고, 출산과 육아를 기꺼이 감내할 용기가 생길 때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아이를 가지려고 했는데 아이가 잘 생기지 않아서 후회하게 된다면, 그 또한 내가 감당할 몫이겠지.


한 편으로는 내가 출산과 육아의 현실을 너무 많이 알아서 이렇게 망설여지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내가 학교에서 아이들 상담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육아의 고충을 가까이에서 듣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큰 고민 없이 임신과 출산, 육아를 순리로 받아들였을까.


딩크로 마음이 기울기는 했으나, 여전히 아이들을 보면 귀엽고 예쁘다. 그렇지만 귀엽고 예쁘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을 수는 없다. 앞으로 딩크에 대한 생각이 굳어질지, 불쑥 떠오르는 아이에 대한 생각에 마음이 바뀔지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 그저 한동안 분주하게 안절부절못하던 마음을 이제 그만 진정시키고, 가만히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지켜볼 참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평생 딩크로 살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고, 아무튼 일단은 '일시적 딩크'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