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있는 삶과 딩크의 삶, 그 기로에서(2)

by 히예

아이가 있는 삶에서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생각해 봤다. 우선 얻는 것은 한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귀한 경험,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 육아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맞이하는 인간적인 성장, 단단해지는 가족애 등이 있을 거다. 난 아기를 좋아한다. 영유아들이 생활하는 보육원 봉사를 꽤 오래 하기도 했을 정도다. 꼬물거리는 아기들이 기고, 걷고, 숟가락질을 하고, 말을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봉사자인 나에게도 즐거움이었다. 하물며 그게 내 아이라면 더 사랑스럽겠지. 사랑하는 남편과 나 사이에 태어날 아이가 궁금하기도 하다. 한 생명을 같이 키워내는 과정에서 남편과 나는 지금보다 더 다채로운 감정과 생각, 추억을 공유하게 될 테니 그 또한 의미 있다.


반면에 내가 잃게 되는 것은 나 개인으로서의 시간과 자유, 부부만의 시간, 경제적인 여유 정도 생각이 난다.

교대근무를 하는 남편이 오후에 출근을 하는 날이면 오롯이 혼자가 되어 시간을 보낸다. 적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평화롭다.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아도 그 시간은 나를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으면 이 시간에 나는 아이와 함께 있겠구나, 혼자서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쉴 새 없는 저녁을 보내겠구나. 아이가 너무 예쁘고 귀엽겠지만, 매일이 그렇다면 나 괜찮을까. 그냥 지금 이 시간이 너무 감사하고 좋다. 휴일에 남편과 야식에 맥주 한 잔을 할 때도 문득, 1박 2일 친구와 여행을 다녀오면서도 문득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 누리는 여유는 아이가 태어나고는 어렵겠지 하는 생각과 아쉬움 말이다.


딩크의 삶은 아이가 있는 삶과 반대로 개인적인 시간과 자유, 부부만의 시간, 경제적인 여유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지금과 다를 것 없이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남편과 둘만의 시간도 얼마든지 보낼 수 있겠지. 아이 분유값이니 기저귀값이니, 사교육비니 그런 걱정 없이 우리 부부의 건강과 노후를 잘 준비하면서 아이가 있는 삶보다는 경제적으로 조금은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남편 둘을 위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을 테니 각자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도 있을 테고, 더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게 될 수도 있다. 좋아하는 여행도 좀 더 자주 다닐 수 있겠지.


잃는 것은 임신과 출산이라는 경험, 엄마가 되어보는 경험, 남편과 나 사이에 만들어진 생명을 키워내는 기쁨일 것이다. 남편과 나 사이에 태어날 얼굴도 모르지만 분명히 예쁠 아이를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꽤 크다. 임신과 출산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내 배 속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을 느껴보는 일, 누군가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경험,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이 세상 그 어떤 행복과도 비할 수 없다는' 그 행복의 실체, 남편과 나 사이 태어날 아기의 얼굴 같은 건 내가 임신과 출산을 선택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가 없겠지. 임신과 출산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경험들이 있다는 것...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절대 열지 말라는 상자를 판도라가 왜 열었는지 그 심정을 알 것도 같다.


딩크의 장점은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의 연장선이라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는데, 아이 있는 삶은 아이를 실제로 낳기 전까지는 미지의 세계라 궁금하면서도 그 상자를 열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어려워서 두렵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대체불가한 행복, 나는 아직 실체를 모르는 그 행복을 위해 뻔히 보이는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게 과연 좋은 선택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된다.


나의 일터인 학교는 출산 이후 경력 단절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세 명인 선생님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이엄마라고 해서, 임신부라고 해서 눈치를 주는 분위기도 아니어서 임신과 출산, 육아에 친화적인 일터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문제를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것은 아이를 낳고 말고의 선택이 이후 삶의 궤도를 완전히 바꿔버리는 중대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있는 삶과 딩크의 삶을 고민하면서 이미 딩크인 사람들의 책을 여러 권 읽었다.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마땅하고, 선택한 사람은 선택의 결과에 대해 겸허하게 책임을 지면 되는 일이다. 선택의 문제라는 것은 알겠는데, 내 선택이 무엇 일지를 모르겠다는 말이지...

조만간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과 딩크를 선언한 사람들을 만나 직접 얘기를 들어봐야겠다. 책으로 알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해보면서 말이다. 오늘도 마음속에서 딩크족과 예비맘이 양보 없이 싸우고 있다. 누가 이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결론이 날 때까지 일단 임신계획은 유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