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있는 삶과 딩크의 삶, 그 기로에서(1)

by 히예

결혼을 하고 일 년 간은 신혼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임신과 출산에 대한 생각은 미뤄두었다. 간간히 남편과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남 얘기를 하는 듯 현실감이 없었다. 그러다가 나이를 한 살 먹고 나니 나이가 주는 압박이 있더라. 이 논의를 더 미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남편과의 대화 끝에 올해 여름휴가를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임신준비를 해보자는 결론에 닿았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계획해 둔 여름휴가 날짜도 점점 다가오고 있다. 임신준비 디데이도 다가오고 있다는 말이다. 썩 기쁘지가 않다. 솔직한 마음으로 무섭기도, 버겁기도 하다. 간절히 아이를 바라던 사람들도 임신, 출산, 육아가 힘들다는데, 사이가 좋던 부부들도 아이 낳고는 갈등이 많아진다는데 아이를 아직 간절히 바라지 않는 우리 부부가 과연 이 망설임을 못 본 체하고 아이를 가져도 되는 것일까.


남편과의 대화 끝에 아이를 갖자는 방향으로 결론이 난 이유는 나도 남편도 '난 백 프로 딩크야'라고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둘 다 아이가 너무 갖고 싶은 간절함이 있는 건 또 아니었다. 가임기라는 게 있고, 백 프로 딩크라고 확신하지 못한다면 아이를 낳는 것이 우리가 덜 후회할 결정일 거라고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앞으로 갈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도 알아봤다. 각종 출산 후기와 육아 후기를 보며 아이 있는 삶을 준비했다. 그렇게 충분히 마음을 다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마음이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휘청거리고 있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이만큼의 중대한 결정이 또 있을까.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도 셀 수 없는 선택을 하겠지만, 이렇게나 선택의 무게가 무거운 결정이 또 있을까 싶다. 한번 선택하고 나면 절대로 번복할 수 없을뿐더러,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로는 절대로 갈 수 없다. 결혼은 이혼이 가능하다지만, 아이는 일단 태어나고 나면 내가 죽는 순간까지 그 책임은 나의 몫이다. 후회해도 소용없다. 물론 내 주변에 아이가 있는 분들 중에는 아이를 낳고 후회했다고 말하는 분들은 한 분도 없기는 하다만...


아이가 있는 삶을 선택하고 나면 내 평생 딩크의 삶에서의 행복은 절대 경험할 수 없겠지, 마찬가지로 딩크의 삶을 선택하고 나면 아이가 있는 삶에서의 행복은 절대 경험할 수 없을 거다. 이 결정에 회색지대는 없다. 그리고 결정을 오래 미룰 수도 없다. 결혼은 60살에도 70살에도 할 수 있지만, 임신과 출산은 가임기가 지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지니까 말이다. 그러니 적어도 내 가임기가 지나기 전에 아이를 낳을지, 딩크로 살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아주 가혹한 밸런스게임 앞에 놓여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