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여름과 겨울 중에 어떤 계절이 더 견디기 힘드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겨울이라고 말할 거다. 여름과 겨울 두 계절 모두 극단의 괴로움이 있지만, 나에게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추위다. 더위는 짜증과 불쾌함을 가져다주고, 추위는 고통을 가져다준다. 불쾌는 참을 수 있지만 고통은 말 그대로 '고통'스럽단 말이다. 추운 날에는 손발 끝이 아리고, 어깨는 바짝 올라가 승모근이 뭉쳐서 아프고, 활동성이 줄어드니 온몸이 다 뻐근해진다.
그래서 추운 건 정말 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 연말의 분위기만큼은 좋다. 새해의 활기참보다 연말의 분위기가 훨씬 좋다. 새해에는 출발선에서 무릎은 접고 엉덩이는 들어 올린 채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를 기다리는 기분이라면, 연말에는 추운 날 따뜻한 핫초코를 한 입 마셨을 때의 기분이라고 할까. 푸욱 힘을 놓게 되는 느낌이다. 한 해가 무사히 마무리되고 있음에 대한 안도감과 '드디어 끝났다!'는 홀가분함이 좋다.
특히나 좋아하는 순간은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으면서 운전할 때이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시즌송 여러 개가 실시간 음악차트에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데, '다들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반갑다. 머라이어캐리 언니 노래 들을 때가 됐구나! 그녀가 부른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라는 곡이 발매된 지가 20년 가까이 되었다는데, 매년 차트인 하는 것을 보면 이게 고전이고, 클래식이 아닌가 싶다. 오래된 노래부터 최근 곡까지 캐럴을 연속재생해놓고 운전을 할 때는, 어딘가 설레는 여행길에 있는 기분이 든다. 물론 그렇게 도착한 곳은 대개 직장이거나 집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12월의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무관하게 누구나 로맨틱해지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이벤트가 아니던가. 어제는 지하철역에 커다랗게 트리를 꾸며놓은 것을 봤는데, 어찌나 화려하고 예쁘게 꾸며놨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설레었다. 빨간 옷을 입은 산타와 루돌프, 캐럴, 종소리, 따뜻한 색의 조명과 트리, 선물들, 귀여운 양말. 포근하고 설레는 이미지가 가득한 달이다. 크리스마스 당일보다도 12월이 시작되고 크리스마스를 향해가는 그 여정을 더 즐기는 사람으로서, 2주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까지 캐럴을 무한재생하며 남은 연말 분위기를 즐겨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