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자동차도로 옆에 나란히 붙은 자전거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꾸역꾸역 끌고 가던 나는 갑자기 한 무리의 불량배에게 둘러싸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잠시 숨을 고르는 중에 고만고만한 청소년들 틈에서 아는 얼굴이 보였다. 어, 너 00 아니니? 하는 순간 그 아이가 젠장! 하더니 옆에 있던 손바닥만 한 돌을 들어 나에게 던지려는 찰나,
잠이 깨었다. 오늘 새벽의 꿈 이야기다.
꿈을 깨고 나니 썩 마뜩잖은 기분이 되긴 했지만 아이들 태몽 말고는 꿈이라는 게 그다지 맞는 일이 없는 생을 살아온지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아침 7시에 아이들을 깨워 등교준비를 하고, 간단한 아침식사준비를 하고, 이불을 정리하고,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고, 몸이 안 좋은 둘째는 집에 남겨놓은 채 등굣길을 나섰다.
마침 비도 주룩주룩 오는 날씨라니! 아이고...
스페인은 이번주에 부활절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프랑스는 부활절 방학이 4월 셋째 주부터 시작한다. 올해처럼 아예 안 겹치는 건 또 처음인데(보통 한주 정도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천지 고요한 스페인땅을 벗어나 프랑스로 들어서니 비 때문인지 교통체증이 유난했다. 등교시간 8시 15분에 간당간당하게 맞추어 큰아들을 내려놓고 8시 30분까지 등교해야 하는 막내가 차에서 막 내리려던 순간에 아이의 가방에 딸려나간 유리파이렉스(아침식사용 과일을 담아놓은)가 땅에 떨어지며 박살이 났다. 파삭이었던가 쨍그랑 이었던가...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나자 아이도 나도 당황했다. 아아 어떡하지 엄마? 맨손으로 유리조각을 집어드는 아이를 말리고, 학교에 들여보낸 후 나는 차를 움직여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뒤에 차가 줄줄 쫓아온다는 핑계로 사고현장(!)을 수습하지 못하고 빠져나오는 동안 머리가 복잡했다. 어디 대충 주차하고 뛰어가서 유리조각을 주워야 하는 것 아닐까. 아이가 손을 다쳤으면 어떡하지? 다른 차가, 혹은 다른 아이가 밟거나 하면 어떡하지? 등등등. 일종의 크리티컬 한 순간에 나오는 인간의 대처양상으로 그 사람됨을 판단할 수 있다면, 아마 나는 괜찮은 인간 축에 못 끼지 싶었다. 비가 오고, 차는 뒤에 줄줄이고, 핑계는 차고 넘쳤지만 수습하려면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결국에는 수습하지 못하고 그 시간을 흘려보낸 "낮은 도덕"의 나는 애꿎은 인터넷에 고해성사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심할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