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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끼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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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혬 Nov 30. 2021

나는야 끼인 엄마2

MZ세대 워킹맘, 일도 하고 싶고 육아도 하고 싶어!

평일에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후에는 주로 친정 어머니가 아이를 봐주었다. 주 양육자로 등극한 친정엄마와 갈등은 장장 3년간 지속되었다. 엄마는 자신만의 육아철학이 있었고, 살림 철학이 있었기에, 아이를 맡긴 약자인 나는 나만의 주장을 조금씩 펼쳐보다가 쉬이 먹히지 않으면 열폭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남편은 중간에서 샌드위치처럼 끼어 내 눈치와 엄마의 눈치를 보곤 했다. 편을 들어줘도 욕을 먹고 안들어줘도 욕을 먹는 상황에서 그는 현명하게 차라리 친정엄마를 택하며 현명하게 처신했다. 이와중에 장모님을 탓하는 언사를 뱉었다면 그 또한 어떤 결말이 됐을지 눈에 선하긴 하다. 내 가족은 나만 탓할 수 있다는게 국룰인 것을. 무튼 친정엄마와의 에피소드는 다른 글에 이어가보련다.


이렇게 폭풍같은 3년이 지났다. 누군가가 나에게 육아와 일, 둘 중에 하나만 선택해야만 하고 그게 무엇일지 물어본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마치 오징어 게임에서의 줄다리기 게임 장면처럼 한쪽 팀이 죽어야 사는 수준의 목숨건 대결로 느껴진다. 애초에 워킹맘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둘다 중요하게 느끼기 때문에 이 심난한 상황으로 제발로 걸어들어가는 것임을 알지 않는가. 그렇기에 여성의 성공적인 가정 생활을 보장하는 직업(공무원, 선생님, 전문직 등등)은 21세기가 되어도 여전히 인기가 많은 것이리라. 나의 현상태로 미루어보건데 결국 육아와 일 중 하나도 선택하지 못하고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밧줄이 걸린 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형국으로 삶을 힘겹게 이어가지 않을까 싶다. 


신이 나에게 육체적인 번식 능력을 주었는데도 써먹지 못하여 건강한 난자를 얼린다는 싱글 친구들의 농담이 농담이 아니게 된 나이가 되면, 압박감은 더해져만 가고 결국 딩크/비혼을 선언하던가, 서둘러 임신준비를 하는 동료들을 많이 보았다. 워킹맘의 경우에는 일터에서 종종 육아에 전념하지 않은체하며 야근과 일에 몰입해 더욱더 열정적으로 한다던가, 혹은 육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업무를 조정하는 모습도 종종 보았다. 과년한 직장인이 되고보니 종종 원하지 않아도 후자 취급을 받으며 과한 배려에 몸서리 친 경우도 있었고, 혹은 전자처럼 업무폭탄을 맞게되면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가 생겼던 경험도 있다. 사실 전자, 후자 다 밀레니얼인 내가 원하는 모습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얼마나 까다로운 일꾼이란 말인가. 하지만 소위 말해 우리 세대가 좋은 직장이라 여기는 곳은 일과 가정에서 균형적인 모습을 가진 곳이란 생각이 든다. 젊고 에너지 넘치는 신생 기업은 결국 경쟁적이고 가정관련 복지가 부족하기에 가정을 가진 이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해 떠나게 만들고, 오래된 기업은 복지는 좋지만 상호 소통이 원할하지 못하고 수직적이다보니 일적인 부분이 어렵고 답답하게 느껴 떠나게 만든다.  우리 세대에게 평생 직장이란 없는 말이기에, 요즘 눈에 띄게 가정 생활을 지원하는 신생기업이나 변화를 외치는 대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구성원이 변하니 이를 담아내는 회사도 변하고 있는 것이리라.


52시간제 시행전 대기업 일꾼인 우리 남편은 늘 집에 오지 않았고, 휴직 1년의 육아생활은 철저한 혼육아의 시간이었다. 복직을 하고 1년 뒤부터 52시간제가 수행되었고 남편이 가정의 품으로 돌아온 지금에서야 워킹맘으로써 내 삶은 좀 더 나아졌다. 그 전까지 온전히 나와 친정엄마가 감당해야했던 2년 간의 육아기는 내 맘에 평생 한으로 남겠지만, 그래도 이 애매한 포지션으로 버티며 어떻게든 작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키워낸 3년의 시간을 스스로라도 마음껏 칭찬해 주고 싶다. 


"끼인 엄마 00아, 끼인채로 잘 지냈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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