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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즐기는 두 방법

[에세이] 나는 카멜레온이야

by 김혜미
바다를 즐기는 두 방법

“사람들이 바다를 밖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구경하고 나서 바다를 보고 왔다고 말하지만, 물속을 봐야 정말 바다를 봤다고 할 수 있어요.”


여태까지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22년을 지내왔다. 다행히도, 백 세 인생에서 대략 남은 팔십 년 인생을 후자의 방법으로 바다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늘 여행을 하러 다닐 때면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바다'를 꼭 보고 돌아오는 편이었음에도, 희한하게 바닷속을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항상 바다 밖에서 거품기 가득한 파도가 내 발과 다리에 힘차게 다가왔다가 서서히 멀어져 가는 모습만을 지켜보았다. 가끔은 파도가 오기 전에 후다닥 모래사장에 조개껍데기로 '오늘 날짜, 누구누구 왔다 감' 내용을 쓰고 얼른 사진으로 남기곤 했다. 이게 바다를 즐기는 나의 옛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한 번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니까 의문이 들었다.


'왜' 나는 여태까지

바다를 볼 때, '바닷속에 무엇이 있을까?' 하며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여태까지

바다와 친해지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번 여름, 바다는 나에게 '바닷속에 대한 호기심'을 선물해줬다. 이제는 바다를 볼 때면 '저 안에 어떤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을까?', '물속 시야는 어떨까?', '물색은 또 어떨까?' 마구마구 궁금증이 샘솟는다. 이제 바다를 앞서 말한 전자와 후자의 두 방법으로 모두 즐길 수 있게 된 거다. 이런 내 모습이 참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가뜩이나 여름을 좋아하는 여름형 인간인 나는 더 여름의 맛에 풍덩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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