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다이빙계 N구단 강백호

[에세이] 나는 카멜레온이야

by 김혜미
다이빙계 N구단 강백호

첫 다이빙을 하고 온 후,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내 모습이 담긴 영상을 주변 지인들에게 널리 자랑하며 보여주었다. 보여줄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어우, 야, 나는 돈 준다고 해도 못 하겠다.', '안 무서웠어?'


지금에서야 웃으면서 '충분히 다 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만, 바다로 뛰어들 때의 내 첫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빙 장비며, 호흡 방법이며, 다이빙 기술 훈련이며 모든 게 다 처음이었으니까. 나는 얼음장처럼 얼었다가 갑자기 녹아내려 덜덜 떨기도 하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면 경직되기를 반복했다. 특히나, 이번 다이빙은 단순 체험 다이빙이 아니라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도전한 오픈 워터 다이빙이었으므로 강사님의 가르침에 따라 물속에서 하나하나 기술들을 습득해야만 했다.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원했지만 물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의 행동들은 어딘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물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몸은 긴장을 했는지, 사전에 몇 번이고 돌려본 장비 착용 영상이 허무해질 정도로 머릿속이 하얘져 버렸다. 분명히 앞에서 차근차근히 강사님께서 하나씩 시범을 보여주고 계셨고, 그대로 따라만 하면 문제가 없었는데 말이다. 물속에서 호흡을 책임질 호흡기, 생각 이상으로 매우 무거웠던 공기탱크, 뭔가가 주렁주렁 달린 BCD 등이 갑자기 순식간에 내 머릿속에 들어온 탓에 정신이 멍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내 주위를 둘러싼 강사님들의 수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고, 덕분에 꾸역꾸역 장비 착용을 마치고 있었다.


마지막 점검을 하던 중, 버디들의 장비와 내 장비가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예비 인플레이터에 입을 물 때 필요한 마우스피스가 알고 보니 내 것에만 없던 거다! 어쩜, 딱 나한테만 없었는지 그 상황이 황당하면서도 웃겼다. 잠시 모두가 한바탕 웃은 뒤, 물속으로 다 같이 들어왔는데 이번에는 호흡기가 아주 거하게 보글보글 거품을 내뿜으며 난리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였을까! 나의 별명 'N 구단 강백호'가 붙여진 게.


‘강백호’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을 거 같아서 짧게 소개를 하자면, 슬램덩크 만화 속 인물로서 농구의 기본조차 모르던 주인공이 점점 허를 찌르는 실력을 보여주는 농구선수로 성장하는 캐릭터이다. 다시 말해서, 백호가 수많은 실패를 거쳐 성장드라마를 찍어낸 것처럼 나 또한 첫날부터 성장드라마를 제대로 찍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백호)의 성장드라마’,

놀랍게도 아직 프롤로그 단계일 뿐이다.

백호의 성장 드라마는 To be continued….


To be continued….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