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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공항에서 날 기다린다는 것

낯선 나라 우크라이나, 오데사

by 김혜미
낯선 공항에서 느끼는 첫 설렘

"언니, 도착했어? 우린 지금 공항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

"응, 내리긴 했는데 입국 심사 줄이 너무 길어. 얼른 나갈게! 곧 봐!"

"천천히 나와~기다릴게!"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여태 나는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 홀로 공항에 들어섰다가 낯선 땅에 착륙해 공항에 첫 발을 디디며 여행을 시작해왔다. 입국 심사를 끝내자마자, 도심으로 들어갈 택시나 버스부터 알아보기 위해 현지인들에게 물어보거나 최대한 블로그에서 봤던 정거장 표지판을 찾으려 애쓴다. 그러다 운 안좋게도 덤탱이 씌우려는 호객을 만나면 기분이 팍 상한 채 여행의 첫장을 쓰게 되며, '아, 여기 별론데?'라고 섣분 판단으로 그 나라의 이미지를 단정지으려고 한다. '잘 도착했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이제 정말 시작이다.'라는 견고해지는 마음이 오고 가는 곳, 바로 공항이다. 사실 한국 공항에서 출발할 때는 그동안 기다려왔던 순간을 맞이하는 날이기 때문에 설렘을 느낀다. 그러나 막상 원하던 땅에 도착한 후에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인 공항에서 혼비백산이 되어 얼른 도심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만이 강하게 든다.


항상 이렇게 홀로 여행을 뽈뽈 다니다 보니, 타지 공항에서 택시기사님이 아닌 나를 아는 사람이 날 기다려주고 있다는 걸 상상해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여행만큼은 특별하게 달랐다. M네 가족이 모두 날 위해 공항 앞으로 와주었고, 꽤나 긴 시간이었음에도 내가 무사히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바로 연락을 확인하며 잘 도착했다고, 곧 나가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기분이 묘했다. 누군가 날 위해 공항에서 기다려주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상황은 꽤나, 아니 매우 든든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공항에서 나가면 처음 들리는 언어와 낯선 그림 문자에 당황하지 않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으려 애쓰는 대신, 보고 싶었던 친구를 만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무튼, 유독 길었던 입국 심사를 기다리며 처음으로 낯선 공항에서 설렘을 느꼈다. 그렇게, 우왕좌왕한 공항에서 도심으로 벗어나려고 애쓰는 나의 모습이 아닌, 처음 보는 사이었음에도 밝게 웃어주며 따뜻한 포옹으로 반겨준 M과 M의 가족들과의 포근한 인사로 우크라이나 여행 첫 장이 그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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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나라는 어디인가_우크라이나 편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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