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나라는 어디인가_우크라이나
돌고 돌아 우크라이나
다음 여행지는 우크라이나이다. 이번 여행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은 모두 알고 있듯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 중이다.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직후, 불과 한 달도 안 돼서 순식간에 벌어진 이 전쟁을 받아들이기에 어려웠지만 지금은 그저 하루빨리 이번 전쟁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갈등들이 종식되어 세계 평화를 누리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조심스레, 한없이 평화로운 우크라이나를 여행하던 소중한 나의 나날들을 하나씩 기록해 보려고 한다.
보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며 여행하던 세르비아의 7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나 홀로 오랜만에 다시 공항에 들렀다. 다음 여행지, 우크라이나로 떠나는 날이 드디어 다가왔다. 하, 정말 우크라이나 여행을 계획하면서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었다. 결국은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우크라이나를 취소하고 이번 여행을 마쳐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있는 masha의 가정과의 만남을 약속하며, 계획을 하는 과정에서 함께 노력하고, 설레며 만나는 순간까지를 기다렸던 우리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리하여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잠시라도 우크라이나에 들려 masha를 만나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번 여행은 헝가리도, 세르비아도 1순위가 아닌 우크라이나가 1순위였고, 첫출발 티켓도 우크라이나행이었다. 우크라이나 북부 쪽에 유명한 하이킹 코스도 있어서, 우크라이나 수도 오데사에서 잠깐 머무르고, 바로 북부로 이동해 하이킹을 며칠 동안 즐기는 코스를 계획하고, 숙소까지 예약하며 모든 준비를 마치고 떠날 날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웬일인지 우크라이나로 떠나기 하루 전 날 발가락을 다쳐서 반깁스 환자가 되었다. 결국, 꿈꾸고 기다렸던 우크라이나 하이킹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출국일이 미뤄지며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지금 다시 돌이켜 생각해봐도 한 편의 드라마가 따로 없다. '하, 난 정말 드라마 안 봐도 돼. 내 인생이 드라마야...'
혼란스러운 건 나뿐 아니라 이 모든 여행을 함께 계획한 M도 무척 당황했을 테이다. 그러나 M은 나의 건강을 우선으로 먼저 걱정해주면서 괜찮다고, 하나씩 침착하게 모든 것을 취소하며 천천히 다시 우리의 일정을 논하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는 나도, M도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잠깐의 여행 계획도 이렇게 사람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긴 나의 인생은 더더욱 나의 계획대로 척척 이뤄지는 영역이 아니겠구나 싶었다.
아무튼, 나는 원래 계획의 반대인 이스탄불을 거쳐 오데사로 향하는 비행기에 무사히 탔다. 튀르키예도 잠깐 보고, 오히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