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해보니 꿈을 이루고 있었다.
고마워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관계자 분들!
사람들 덕분에 그들이 사는 나라가 궁금해진 건 처음이라, 그들이 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세르비아에 갈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고 궁금함을 내 머릿속에만 담지 않고 직접 두 발로 움직여서 베일 속에 싸여 있던 나라를 한 번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이번 여행은 꽤나 모험적이었다. 동시에, 실물로 꼭 보고 싶었던 친구들의 동네, 도시, 나라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이전까지는 항상 여행지를 선택할 때 한 번쯤은 들어본 곳, 살면서 꼭 직접 두 눈에 담고 싶은 명소가 있는 곳을 중점으로 나라를 골랐다. 물론 이런 여행도 좋았지만 이번에 시도했던 방식대로, 사람만을 보고 떠난 여행도 참 매력적이었다. 좋았다, 처음 내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느꼈던 온기를 세르비아에서 가득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문득문득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떠올라서 조금은 미친 듯이 실실 웃고 있을 미래의 내 모습이 그려진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벌써 그렇다.
사실, 이 모험의 첫 발판 중 하나는 한국의 한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한창 코로나가 심해져서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을 어느 겨울에 여행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방송을 접하게 되었다. '이 방송은 세르비아로 떠나게 해 준 일종의 빅픽쳐였다고 할까?' 보통 한 번 제대로 꽂히지 않는 이상 한 영상을 다 시청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정주행은 더더욱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이 영상은 한 편을 보자마자 나의 장르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중국 편부터 시작해서 벨기에, 네팔, 호주, 프랑스 등 마지막 미국 여행까지 총 300편이 넘는 영상을 한 달 동안 푹 빠져서 보았다. 핸드폰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걸 시간 낭비라고 여겨왔던 내겐 참 이례적인 일이었다. 내친집 영상을 보기 전부터 '비정상회담'을 통해 기욤, 타일러, 알베르토, 수잔, 줄리안 등 여러 출연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솔직한 면모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이 방송의 한 매력이었지만, 그것보다 기획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친구들의 고향으로 찾아가서 친구의 가족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전통 음식을 맛보고, 문화를 경험해 보는 등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 다방면의 모습을 하나씩 접하는 모습이 새로웠다. 그들은 단순히 친구들끼리 떠나는 우정 여행을 즐기는 게 아니라, 여기서 더 나아가 친구들이 살았던 곳, 동네, 나라를 구경하며 각자만의 견문을 넓히며 새로운 꿈을 또 펼쳐나갔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친구들이 네팔에서 쿠마리 여신을 만나는 모습, 프랑스에서 평소 미술을 좋아하는 마크가 이삭 줍기 작품의 배경에 직접 가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 뉴질랜드 친구들과 럭비 게임, 타일러가 다녔던 학교에 가서 그 학교의 특색을 살펴보는 것, 저녁마다 친구의 가족과 요리를 하며 어울리는 장면이 어우러져 있다. 만약, 내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 프로그램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세 손가락 중 하나에 망설임 없이 이 방송을 꼽을 것이다. 하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방송을 쭉 정주행하고 있었다. 근데 마음 한 편에서 간절한 꿈이 스멀스멀 생겨나고 있었다. 마침내, '나도 언젠가 한 번 친구의 집, 친구가 사는 나라를 여행 다니는 글로벌한 사람이 되어야겠어.'라는 꿈을 가졌다.
나의 장점이자 혼자 노는 방법 중의 하나를 소개하자면, 나의 꿈들을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그려나가며 시간을 보내는 나만의 방식이 있다. 나의 모토인 '몽상가'에 맞는 방식이지 않을까. 아무튼, 처음 이 꿈을 갖게 된 후로부터, 미래에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외국인 친구들을 여럿 사귀고, 그들의 집에서 어울리며 함께 밥을 해 먹고, 술 마시고, 그들의 친구들과 또 어울리며 현지인처럼, 현지인의 삶에 살짝 녹아들어 가는 나의 모습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또, 나의 대부분의 꿈들은 처음에 이렇게 불타오르게 간절했던 소망들이 어느 순간 잊고 있었고, 그러다 갑자기 뒤돌아봤는데 그 꿈을 이뤄낸 나의 모습을 보며 놀라곤 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간절하게 방구석에서 내친집을 보며 나도 저들처럼 친구들의 집을, 나라를 찾아다니는 여행을 해보고 싶어 수십 번 넘게 머릿속에서 상상의 여행을 펼쳤던 꿈을 세르비아에 다녀오고 나서 깨달았다. '헐! 나, 내친집은 어디인가? 여행을 이루었네..?'
한국에 돌아와서 이번 여행을 반추하던 중, 세르비아에서 만난 나의 친구들, 그리고 친구의 집에서 잠을 자고, 요리를 하고, 동네 카페를 다니며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던 나의 모습이 담긴 갤러리를 발견했다. 동시에, 일 년 전 일기에 써놓았던 나의 버킷리스트들 '세르비아에 가서 친구들 만나기', '2022년을 돌이켜 보았을 때, 내가 이걸 해냈다고? 할 만한 것을 꼭 하나 해내기.'를 이루었다. 무엇보다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주제로 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에 스스로도 매우 놀랐다. 이렇게 나의 첫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내 친구의 나라는 어디인가?' 세르비아 편을 성공적으로 촬영했다.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과 나만이 아는 우리만의 내친집_세르비아 편, 첫 시작이 매우 좋았다. 첫 화가 잘 되었으니, 앞으로도 머릿속에서 무한한 상상을 그리며 세계 곳곳의 친구들 나라를 여행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나가려고 한다.
"고맙습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프로그램' 덕분에 새로운 꿈을 그리고, 실현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