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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미 Jan 23. 2019

우선 서점부터 차렸습니다

책도 많이 안 읽고, 출판업계도 모르면서 서점을 하겠다고?


'회사 그만두고 서점을 해볼까?'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던 게 작년 7~8월쯤이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서점에 대한 로망은 있었다.

엄청난 다독가는 아니었지만 책 읽기를 좋아하는 편이었고, 책이 주는 분위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도서대여점이 한창 많았을 때는 도서대여점 사장이 되고 싶단 생각도 해봤고..

도서관이 가까운 동네로 이사 갔을 때는 도서관을 들락거리며 도서관 사서가 되고 싶단 생각도 해봤다.

특별히 진지한 생각은 아니었고, 그냥 그런 것들을 하며 사는 인생도 좋을 것 같다는 정도랄까.


회사생활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흐를수록 책을 가까이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특히 아이가 생긴 이후에는 육아서적만 좀 들여다봤을 뿐, 제대로 독서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나는 14년 정도를 온라인 뉴스 큐레이터로 일해왔다.

연봉은 아주 높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맞벌이였기에 이 정도면 꽤 여유로운 소득 수준이었다.

업무도 적성에 맞았고, 직장 내 포지션도 나쁘지 않았고, 업무능력도 인정받았다.

그런데 왜 머릿속에 딴생각이 떠올랐을까.

언제부터인가 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 버렸다.

아무래도 업무 특성상 남들보다 뉴스를 훨씬 많이 보는 편이었는데, 종종 올라오는 동네책방에 대한 기사들이 내 마음을 흔들었던 것 같다.


뭐 누구나 꿈은 꾸니까.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은 있으니까.

그런데 책도 잘 안 읽는 내가 서점? 출판업계에 대해서 1도 모르는 내가 서점?

창업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닌데, 그것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관련 지식도 없이 이렇게 시작해도 되는 걸까.

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두려움이 몰려왔다.


요즘 동네서점들은 그냥 단순히 책만 파는 게 아니라, 깊이 있는 큐레이션으로 책 추천도 하고..

서점 안에서 여러 가지 클래스도 열고 작가 강연도 하던데..

나는 특별한 재주도 없을뿐더러, 인맥 같은 것도 없는 아주 평범한 워킹맘일 뿐인데

이런 내가 서점을 해도 되는 걸까, 감히!


이미 동네책방을 차린 사람들을 보면 출판업계 종사자이거나, 책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예술가 혹은 공간 전문가 등등.. 서점을 차릴만한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 같다.

그런데 나는? 나는 그야말로 서점을 하기에는 너무 무.식.자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년 10월에 휴직을 하고, 그해 12월에 서점을 차렸다. 

이제 서점을 오픈한 지 막 한 달이 지났고, 아직은 동네 사람들조차 우리 서점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서점을 차리고 운영하는지에 대한 아주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나처럼 평범한 누군가가 또 동네책방이라는 로망을 키우고 있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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