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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미 Aug 29. 2019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하여

1인 가게의 고충

나는 혼자서 서점을 운영한다. 대표도 나, 사장도 나, 점장도 나, 직원도 나 하나뿐이다.

남에게 일을 시키거나 잘 맡기지 못하는 성격상 혼자 하는 게 맞기도 했고, 딱히 함께 할 누군가가 옆에 없기도 했다. 혼자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인 가게의 장점은 의사결정이 자유롭고 빠르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으니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한다. 그래서 오롯이 내 취향대로 가게를 운영할 수 있고, 그렇게 하나하나 나만의 손길로 만들어낸 공간이라는 자부심도 생긴다.

또 사람 스트레스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심지어 가족이라도 함께 일하다가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는가.


나도 처음에는 혼자서 일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요즘엔 과부하가 오는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는다.


내 사업이라고 생각하니 머릿속에 온갖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문제는 그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하나씩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데, 이것 했다가 저것 했다가 뒤죽박죽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처럼 누군가 일정을 정해주거나 우선순위를 정해주지 않으니, 미처 하던 일을 마무리하지 못했는데도 또 다른 일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초기 투자라는 명목으로 과도한 지출을 하는 것도 옆에서 제어해 줄 사람이 없다.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니 수입과 지출에 대한 정확한 계산도 하지 않고 무분별한 경영을 하고 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 부분은 정말 달라졌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외부 일정이나 집에 일이 있을 때, 서점 문을 닫아야만 하는 것도 좀 아쉬운 부분이다. 직원이 더 있었다면 그럴 때 교대로 일을 한다던가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지금은 나 혼자라서 점심식사 같은 경우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먹지 않고 그냥 서점 안에서 주전부리로 때운다.


일하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인데 서점과 카페를 같이 하다 보니, 작가 강연 등의 행사가 있을 때는 음료 만들랴 행사 진행하랴 정말 정신이 없다. 이번 달은 유난히 행사가 많아서 더 과부하가 왔는지, 행사 준비를 미리 하지 못하고 전날 닥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한 적도 있다.


금전적 여유가 있다면 아르바이트생 하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지만, 월세도 겨우 내는 상황에서 알바는 사치이다. 그래서 동업을 하는 서점들이 자꾸만 부러워진다. 함께 일하며 업무 분담도 하고, 서로를 보완하며 격려하고 고충도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누가 적자를 감수하며 나와 함께 일할까 싶다. 정말 마음이 찰떡 같이 맞는 사람이 아닌 이상 힘들 것 같다.


모든 1인 가게 운영자들이 나 같지는 않을 것이다. 혼자서도 체계적으로 잘해나가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나는 그야말로 초보 자영업자다. 마음만 앞서고 경험은 부족한..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까?


폐점 위기까지 갔던 서점을 손님들이 힘을 모아 협동조합 형태로 되살린 사례도 있다. 이처럼 앞날은 어찌 될지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은 적자 연속의 작은 책방이지만 언젠가는 알바 하나 정도는 써도 될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고, 좋은 인연을 만나 동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잡다한 생각은 접어두고, 내 안의 조급함도 좀 내려놓고,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나의 서점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내 할 일인 것 같다. 어쨌든 난 책방지기로 사는 내가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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