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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숲을 떠나서(1)

ep 1. 36살(윤석열나이)에 유학을 떠난 여자

by 에미꾸

2025년 1월 28일 새벽 2시 30분 비행기 기체 정비로 인해 두 시간이나 비행기에서 대기 후 내가 탄 카타르 비행기는 한국 인천에서 카다르로 향했다.

그 당시 제일 저렴하여 구매한 비행기는 편도가 55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었으나, 오스트리아 빈까지 약 20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굳이나 명절을 앞두고 이 시기에 출국을 한 이유는 단순했는데,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말하는 내가 '남미새'(남자에 미친 새끼)이기 때문이다.

내 비자는 이탈리아에서 유효한 비자인데, 비자 시작 후 체류허가증을 신청하면 카드를 실물로 받기 전 다른 유럽 국가를 방문하는 게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내가 아무리 '남미새'이지만, 위험한 상황(벌금, 추방)을 피하기 위해 비자 효력 발동 전 출국한 것이다. 아주 조금 무리해 남자친구 생일인 1월 29일에 맞추어서 (아빠 미안해)



비엔나 공항에서 그라츠로 가는 공항버스(플릭스버스)를 기다리는 중



처음으로 밟은 땅에서는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담배 냄새가 났다.

그가 살고 있는 동네로 가기 위해 3시간가량 버스를 더 탔고, 마침내 47kg의 수화물과 함께 약 3주간의 오스트리아 생활이 시작되었다.

국적은(?) 이탈리아 사람인 그는 내 첫 식사로 까르보나라와 와인을 준비해 주었고, 이미 한 달이나 지났지만 로맨틱하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내가 김치볶음밥을 잘하듯이 그는 까르보나라를 잘한다. 나도 몇 년 전 까르보나라가 크림파스타가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2023년 11월 한국으로 여행을 온 그는 내 친구와 암스트레담에서 만나 같이 여행한 친구사이였고, 나는 이탈리아로 유학 전 이탈리아 사람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그를 처음으로 만났다.

(그리고 나는 이탈리아에 이탈리아어를 안 쓰는 지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을 인연으로 2024년 9월 우리 셋은 이탈리아에서 다시 만나 약 10일간의 여행을 했고, 이때 그와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첫 시작부터 장거리 연애로 시작한 우리는 8시간의 시간차가 있었고, 우리는 그 누구의 모국어도 아닌 이탈리아어로 대화한다. (그의 모국어는 독일어이다.)


다시 긴 헤어짐이 있기 전 그의 일상으로 들어가 그와 그가 사는 삶과 문화를 관찰하려고 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밤에 문을 여는 가게가 없는데 불편하지는 않은지, 무엇을 즐겁다고 생각하는지 까지.

직업특성상 나는 사람을 관찰하는 일을 많이 하는데, 다행히도 성격에 잘 맞고 심지어 즐겁다.

이런 나의 성격을 살려 무언가를 펼쳤으면 참 좋았겠으나, 어린 나이에 야망은 있되 지혜는 없어서 나의 삶은 조금 많이 돌았다.


뒤늦게나마 온전한 내 삶을 살기 위해 코로나사태 이후 다시 힘들게 가졌던 내 직업을 다 버리고, 내 나이도 억지로 잊고 나는 지금 타국에 있다.

더럽게 선생복은 없었으나 친구복은 있는데 내 대나무 숲이었던 친구들을 기억하며, 이제 이 공간이 나의 대나무 숲이 될 것이다.

(내 대나무 숲이기에 앞 뒤 설명 없이 선생복이 없다고 표현했으나 나의 인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소수의 이야기이고,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났다.)





그라츠의 심볼인 시계탑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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