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이탈리아에 와서 살아간 지 벌써 이주일이 훌쩍 지났다. 와서 밥 먹고 자고 연습한 것 밖에 없는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니 무척 당황스럽다.
오늘의 에피소드의 제목이 조금 거창하긴 한데 최대한 가볍게 풀어가보고 싶다. 작년에 친한 친구와 이 주제를 가지고 꽤나 깊게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 친구는 나와 남자친구를 만나게 해 준 친구인데 세계를 여행하는 순례자로 본인을 소개하곤 한다. 한국인으로서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느낀 것이 많겠지만 그중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문화와 가장 다른 문화 차이는 '개인주의'였단다.
반년이상 여행을 마치고 나니 무엇이 맞고 그르고를 떠나 본인이 집단주의에 젖어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는 꽤나 집단주의와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 워낙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생각하고 깊이 빠져 고민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나에게 항상 영감을 준다.
사실 내 생각에 이 주제는 분명한 답이 나올 수 없다. 어떠한 주의나 사람이 이분법이 될 수 없을뿐더러 이러한 부분은 이분법으로 나눠지면 꽤나 위험해진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 주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적이 있다. 이제는 지겨운 이 단어 'MZ세대'
내 나이는 애매하게 이 세대에 걸쳐져 있는데 매체에서 다룬 이 세대에 내가 포함이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은 불쾌했다. 물론 자극적이고 재미를 위해 과장하고 기존 세대가 느끼는 충격적인 부분을 부각했겠지만 이 세대를 책임감 없고 지독히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개인주의자'로 말했다. 수많은 사람을 하나의 세대에 묶어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을 당연히 알면서도 속으로 '그러면 그 전의 상황은 정상이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다. 하도 MZ MZ하니 일어난 반발심도 있다.
사실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겐 집단주의는 꽤나 편리한 도구이다. 단체의 이익을 위해서 개인의 희생을 자연스럽게 요구할 수 있고, 결국은 누군가에게 힘과 돈이 모아지게 된다. 나 또한 클래식 음악계(비교적 보수적인 사회)에서 이 집단주의를 지독하게 겪은 사람이다. 단편적인 예로 보고 싶지 않은 연주회를 무조건 봐야 하고, 내가 돈을 내거나 선물을 하고 싶지 않더라고 이것은 규칙이며 법이기 때문에 거절할 수 없었다. 또한 단체생활에 빠지는 것은 금지이다. 지금 들리는 바에 의하면 아직도 이 문화는 남아있지만 아마도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가 '열정페이'에 대한 의구심과 경각심을 갖게 된 뒤 이용당하는 사람이 적어진 것처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도 조금씩 이 문제에 대해 열린 사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머물고 있는 숙소는 게스트하우스처럼 사람이 계속 바뀌고 남녀가 같이 생활하며 외국사람도 같이 산다. 유럽 라이프를 겪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동시에 한인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문화에 어우러지며 사는 일은 꽤나 재미있다. 아직 외국살이 6주 차이므로 내가 겪은 일과 생각은 굉장히 단편적이고 주관적이지만 유럽인들의 눈에 우리는 꽤나 집단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서로 뭉쳐있고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남의 일을 내 일처럼 해주는 이 부분이 어떠한 시선에서는 폐쇄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다른 부분에서는 따듯한 부분으로 보이기도 한단다. (한국인들을 친구로 겪고 몇 개월 이상 같이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만 참고했다.)
오늘이 두 번째 출석인 교회이지만 늘 나대는 편이라 커피선교회에 들어가 커피 내리는 법을 배우고 주문받는 일을 했다. (첫 주에 식사 후 마신 커피가 너무 놀라워 커피선교회에 들어갔다. 굉장히 유명한 바리스타가 담당으로 계신다.) 다음 주부터 성가대 봉사도 시작하기로 했기 때문에 오후 성가대 연습에 참여해 노래도 하고 연습을 마치고 지휘자, 단원들과 함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여담으로 이제 많은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미국사람이라는 뜻) 대신 '카페 코레아노'라는 말이 통용된다고 한다. 한국인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랑이 전통 있는 고유명사를 이겼다.
처음 만났지만 같은 공부를 하고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처음 나온 나에게 도움을 주고 친하게 지내자고 손을 내미는 그 모습을 '집단주의'로 정의 내리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들은 나에게 바라는 것이 없고, 나는 그들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그들은 완벽한 'MZ세대'이다.
이로써 어떠한 세대가 개인주의라는 논리는 깨졌다.(지긋한 성, 세대 분열이 그만되길 바란다.) 더불어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는 집단주의는 꽤 괜찮은 것 같다.
교회 출석 첫날 두 그릇이나 먹은 비빔밥, 커피선교부를 바로 들어가게 만든 에스프레소, 출석 두 번째 주 식사 메뉴인 귀한 컵라면, '카페 코레아노'를 탄생시킨 한국인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