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미 Nov 22. 2022

essere confusa, 혼란스러움

나와 아이는 아직도 한국이다. 이 기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귀국 티켓을 2월로 미뤄놓았으나 점점 날짜가 다가오니 압박감이 느껴진다. 왜 압박감이 느껴지는지는 모르겠다. 정말로 혼란스럽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었다고 해도 내가 과연 돌아가는게 맞는걸까? 나는 27년을 넘게 한국에서 살았는데 과연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라는 말이 맞는 걸까? 아이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라왔는데, 아이가 생각하면 본인이 살던 나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 거겠지. 지금 한국에 있는 이 상황이 긴 여행일 뿐이겠지. 현실에 대한 해결책을 내기 전에, 내 위주로 상황을 해석해야 하는 걸까, 아이 위주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 엄마와 나 자신의 경계선에서 나는 아직도 너무나 혼란스럽다. 무엇에 비중을 둬야하는지 내 머릿속으로는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을 다잡지 못하는걸까.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걸까. 왜 항상 과거에 연연하는 걸까. 남편과는 어찌해야 내 맘이 편할까. 난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미래는 무엇이며 어떻게 인생의 설계를 해야하는 것인가.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명확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깊게 생각하면 할수록 더 미궁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빠져들고 빠져들어 더 이상 출구도 입구도 어딘지 모르는 곳에 도착한것 같다. 해답을 찾아서 바르게 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돌돌 말아 꼬여버린 것인지. 


이런 기회에 내가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거, 하고싶은 거 잔뜩 하며 일상을 보내라 하는데, 이렇게 하루를 써버려도 되는 것인지.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전에는 불안하고 어려워도 내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현대 여성이였는데, 어디서부터 꼬여버렸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견뎌내는 힘이 있었고 해결할줄 알았으며 그 끝엔 당당하게 일어설 줄 아는 나였는데, 왜 이렇게 한없이 무기력한 내가 되어 버렸는지.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가 바꿔 버린 우리의 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