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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냐파냐 Sep 04. 2023

나는 가르쳐주는 걸 좋아한다.

9월 1일

새학기를 맞아 새로운 대학생 인턴이 출근했다.


기대감이 높았던 것일까?

업무를 요청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알겠습니다]가 전부이고, 6시 땡하면 [가보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내가 많은 걸 기대하는 걸까?

그래도 내가 요청한 업무를 그 날 완료하지 못하고 퇴근하게 되더라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떻게 진행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정도는 공유를 해주길 바랐다.


그래야 새로운 일을 줄 수 있는데, 알겠다고만 하니 새로운 일을 줄 때 이 친구가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을 하다 그냥 내가 시간을 더 써서 처리해버리고 만다.


그 친구에게 일을 주지 못하니 내 일은 계속 쌓여가고 일이 쌓이니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러니 그 친구에게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말을 하게 된다.


9시에서 6시 사이에 그 친구에세 시간을 쏟으면서 하나하나 알려주고 싶지만… 내가 해야하는 일의 대부분은 다른 부서와 소통해야 하는 일이고, 다른 기업 담당자와 이야기해야 하는 일이니.. 6시 전에 그 친구에세 시간을 쏟는 게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또 6시 이후에 그 친구를 붙잡고 있자니… 그 친구가 [우리 회사 이상한 회사]라고 볼까봐 걱정된다. 진심을 다해 그 친구를 가르쳐주고 조금 더 배울 수 있게 하는 마음이 있는데.. 그렇게 하려면 일단 그 친구의 마음을 여는 것일 것 같다.


관계를 쌓아야 내가 시간을 쓰고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랑을 실천하려고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그 친구가 알 것이고 그래야 코칭하고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오히려 외부인이라면 내가 그 친구의 대학교 선배라면 6시 이후에 사수를 붙잡고 물어보라고.. 그래야 너가 일을 배우고 성장한다고 말해줄 텐데.. 내가 사수니 내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다.


나는 진짜로 가르쳐 주는 걸 좋아한다. 대학원 때도 통계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동기가 있을 때 진심을 다해 그 친구를 이해시켰다. 교수님은 이미 너무 오래 전에 이해한 기본 개념이기 때문에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도 수학적 머리가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생소한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이 아주 유레카! 였다. 그래서 그 유레카를 그 친구에게 경험시켜주는 과정이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

일을 할 때에도 내가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을 후배들에게 가르쳐주는 게 즐겁다. 사실 후배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내가 그 과정이 너무 재밌고 짜릿하다. 그래서 더 가르쳐달라고 하는 후배들과 함께 일하는 게 좋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겸손히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당장이라도 더 시간을 써서 가르쳐주고 싶다.


그러면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배우고 싶지 않은 사람들,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감추고 싶은 사람들, 내가 물어보기 전에는 뭘 질문할 수 있는 지 조차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들

그런 친구들과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1) 질문을 하게 하자 

디브리핑 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과업을 주고 질문을 억지로라도 하게 하자.

그러면 적어도 그 친구가 무엇을 이해했는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내가 알게 되고, 내가 뭘 가르쳐줘야 하는지가 트리거가 될 것이다.


2) 내가 질문을 하자

그 친구가 질문이 없다고 하면, 내가 질문을 하자. 그 질문에 답을 못하면 그 부분을 모르는 것이고 답을 하면 이해한 것이니 이런 방법으로 또 체크해볼 수 있을 것이다.


3) 커뮤니케이션 외에 장점을 꼭 발견하자!

커뮤니케이션 말고 분명히 장점이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부분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식지 않는다. 그래야 내가 가르쳐줄 수 있다. 그를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버리면 내가 그를 위해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진다.


아직 3일차니까! 한번 더 시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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