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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개연필 Jul 23. 2015

그러니까 오늘,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내일은 없다

-어린 마음에 물은-


윤동주


내일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무리여!

내일은 없나니

............


1934. 12. 24.


이 시를 읽었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감격하며 윤동주는 천재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는 평생을, 언제나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마음이 물 같던 그 시절의 다른 여러 다짐들이 그러했듯이 이 다짐도 잊히고 바래 지고 타협하기도 했다. 내일은 없으니 나는 온전히 오늘을 사는 사람이 되겠다는 어려울 것도 없는 이 다짐은, 날마다 흔들린다. 디디고 섰는 땅이 늘 지진에 시달리는 것 같이. 온갖 종류의 청구서와 TV에서 쏟아지는 서로 다른 모습의 '넌 뭐하고 살았니'라는 물음 앞에 날마다 어제를 한탄하며 오지도 않은 내일을 포기하며 살기 십상이다.


아니다. 나는 오늘을 산다. 그러니까, 오늘. 서른이 넘어서 하는 이 다짐은 열 다섯에 했던 다짐과는 다르다. 윤동주의 시를 읽고 하는 다짐이 아니라 그의 시를 살며 하는 다짐이다. 어제에 젖어 내일을 걱정하라고 부추기는 세상 속에서 나는 담담히 오늘을 산다.


이곳에 쓰여지는 오늘의 일상. 밥 먹고 차 마시고 책 읽고 글 쓰는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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