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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카페인 Oct 03. 2023

독서 모임 운영진의 고백글

책 읽고 쓰는 사람들

1년 동안 책을 읽긴 읽는다라고 답한 사람이 88.2%인데 그중에서 평균 2~3권이라고 답한 사람이 27.1%, 4~5권(17%) 정도라고 한다. (관련 기사)


이렇게 책을 읽는 사람이 적은(=없는) 세상인데, 나는 왜 그렇게도 '책'이라는 단어만 보면 눈이 반짝이고,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일까. 그렇다고 내가 다독가는 아니다. "취미가 뭐예요?"라는 질문에 선뜻 '독서'라고 대답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왠지 취미가 독서인 사람은 일주일에 한 권씩 읽거나 1년에 책 100권 읽기 도전! 같은 미션을 한 번쯤은 해봤을 거 같으니까. 그에 비하면 나의 독서량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완독한 책보다는 읽다가 흐지부지된 책들이 더 많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읽지 않아도 사는 책이 많고 여행을 가면 꼭 그 지역 서점을 방문한다. 대형서점보다는 독립책방이나 동네서점을 좋아하고 그곳에서 두세 권의 책을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즐긴다. 국제도서전이나 독립출판물로만 구성된 도서페어에 방문해 그만의 공기를 느끼는 것을 좋아하고 그 공간에서만큼은 사치꾼이 되어 한 보따리 가득 책을 구매하곤 한다. 

책을 쓰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책방 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출판사는 곧 내가 갖게 될 2차 명함이 될 것이다. 


이런 내 성향 때문인 건지 내 주변에는 책 읽는 사람, 책 쓰는 사람, 책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 


책 읽는 사람들 

나는 회사 내에서 '세상 발랄한 책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시작은 소박했다. 

책 읽는 게 좋은데, 읽고 나서 누군가와는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아무도 붙잡고 하기엔 그 사람도 나도 부담인지라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같이 이야기하고 싶다.
그런데 읽어야 할 책이 정해진 그런 모임 말고, 내가 읽고 싶은 거 읽은 다음에 그냥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모임에 나가고 싶다.
그런 모임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럼 그냥 내가 만들까? 



이런 생각으로 만들었다. 회사 메신저에 채널 하나를 개설했고, 원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입장 가능으로 열었다. 현재 25명 정도의 멤버가 활동 중이다.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책 읽다가 좋은 구절 있으면 채널에 공유한다. 꼭 읽은 책이 아니더라도 표지가 예쁜 책, 좋은 경험을 하게 한 책, 여행지에서 만난 책, 내가 쓴 책 등 책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공유한다. 

그러다 보니 부담이 없다. 두어 달에 한번 정모를 갖는데, 이때에는 그동안 내가 읽은 책에 대해서 소개한다. 내가 읽은 책이 없었다면 예전에 읽은 책을 가져와서 이야기해도 된다.  다른 사람들은 그 책을 읽지 않았거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냥 내가 읽은 책을 소개하고 내 감상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도 관련된 경험이나 구절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를 하기에 대화가 풍부하다. 

정모는 평균적으로 6-8명이 참여하는데, 고정으로 참가하는 사람이 2-3명, 나머지는 그때그때 일정에 따라 달라진다. 30~40% 정도의 참가율이다. 50%를 넘겨본 적이 없으나, 독서모임은 이 정도 인원이 적당하다. 참가자 모두 적당한 대화 지분율을 차지하기에 적당한 인원. (모임의 만족도는 나의 참여율=멘트 비중과 비례한다고 본다) 

몇 번의 모임 후 회사 공식 동호회 활동으로 등록을 했고, 현재는 회사의 지원금을 받고 운영 중이다. 


책 쓰는 사람들 

"요즘은 책 읽는 사람보다 책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 같아요."

우스갯소리로 넘기긴 했지만, 틀린 말도 아닌 거 같다. 예전보다 책 출판이 쉬워진 거 같고 책 출판에 대한 니즈도 높아진 거 같다. 과거 석사나 박사 학위가 지식 자랑, 학문 자랑의 표본으로 여겨졌다면 이제 석사 아니 박사마저도 너무 흔해져서일까. 책 한 권이 나의 학문과 경험의 완성본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실제로 한 권의 책에는 작가의 지식과 경험이 농축되어 있는 게 사실. 그렇기에 책에 따라서 그 깊이가 천차만별인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시대이기에 책을 통한 셀프 브랜딩이 활발하다. 

우선 책을 쓰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 글을 쓰는 속도는 차이가 있지만, 출판사를 물색하고, 출판사와 조율하고, 편집 과정과 인쇄, 출간 등의 물리적 시간은 적어도 두세 달은 걸린다. 그렇기에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터. 작가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처음 책을 기획하고, 초안을 잡고, 원고를 완성하는 과정이 얼마나 고되었을까. 그만큼 애착도 크고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렇기에 책이 나오면 주변에 알리고,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여기저기 홍보를 한다. 

헌데, 회사 업무 경험을 쓴 책들은 타깃층이 좁을 수밖에 없다.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사람, 그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 또는 그 일을 연구하는 사람들 정도일 것이다. 따라서 전문서적은 초판 자체를 적게 찍는다. 

회사 생활이나 리더십 관련 책은 조금 무난하다. 두루두루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 꼭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참고할 만한 책이다. 그래서 타깃층이 넓다. 하지만 그렇기에 시장에 비슷한 책이 많다. 내 책과 경쟁해야 할 책들이 많다. 이미 훌륭한 책들이 많아서 참고 삼아 그 책들을 읽다 보면, 이보다 훌륭하게 쓸 수가 없겠구나 싶어 좌절하게 된다. 굳이 나까지 이 주제로 책을 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생활, 리더십 책이 꾸준히 출간되는 이유는 이론적인 배경은 같겠지만 그 경험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나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이 중요한 것이고, 그 경험을 어떻게 끌어내는가가 관건이 된다. 그리고 그런 원고를 쓰는 사람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그 책들은 결국 사랑을 받게 된다. 

올해 12월을 목표로 책 쓰기를 하고 있다. '글 쓰기'가 아니라 '책 쓰기'이다. OOO을 주제로 하여 글을 쓸 사람들을 모았고 관련한 경험을 모은 책 쓰기를 하고 있다 총 4명, 나까지 다섯 명인 모임. 같은 일을 한다는 공통점 외에는 모든 것이 다르다. 글의 톤 앤 매너, 글에 담기는 경험, 주제를 풀어가고 싶은 스타일. 이걸 맞추는 작업이 쉬지 않다. 그러다 보니 공저란, 책에 대한 욕심은 어느 정도 낮추고 공동 책 작업을 완성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과정일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쓰고 있고, 최대한 결을 맞추고 있으며, '최고의 결과물'이라는 공동 목표에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연 12월에 그 결과물이 짜잔 하고 잘 나올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 되긴 하지만, 한 걸음씩 잘(?) 걸어가고 있다. 


책 모임을 시작한다면! 

새로운 책 모임 하나를 개설했다. 이건 회사 사람들이 아닌, 외부 사람들과의 모임이다. 책 모임을 새롭게 시작할 때 몇 가지 염두에 둘 것들이 있다. 


1.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인가

모임은 모름지기 멤버가 생명이다. 이 멤버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다행이고, 선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라면, 신청요건을 최대한 자세히 적어서 모임 방향에 부합하는 사람들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책 모임을 한다면, 우리가 앞으로 어떤 종류의 책을 읽을 것인지, 그 책을 통해 어떠한 대화를 나눌 것인지를 자세히 적는다. 이러한 책을 이러한 방향에서 같이 읽어갈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2.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대형 책 모임을 기획한 적이 있다. 이 모임 신청 양식에 자신이 좋아하는 책 종류를 적도록 했다. 경영서/인문학/에세이/자기계발등으로.  이렇게 큰 카테고리로만 나눠도 책 모임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진다. 

경영서 : 주로 리더십이나 경영전반에 대한 책을 다루게 된다. 최신 경영, IT 트렌드나 베스트셀러 리더십 책을 주제로 한다. 

인문학 : 소설, 시, 역사 등의 책들이다. 소설 또한 고전/현대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기에 특유의 재미가 담긴다. 

에세이 : 몇몇 유명 작가를 위주로 책을 정해볼 수 있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접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좋아하는 에세이 책과 글쓰기를 결합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자기계발 : 어떻게 일할 것인가, 어떻게 회사 내에서 성장하고, 어떻게 나의 인생 목표를 설정하고 이루어 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같은 업계나 직군 안에서 진행한다면 커리어 개발까지 다루게 되어 알찬 시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다면 자칫 누구나 할 수 있는 책 이야기를 하다가 끝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책을 읽을지 공지를 하면 그 책에 맞는 사람들이 신청을 하게 된다. 하지만 멤버들이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는 이들에게 맞는 책을 고민하여 정해야 한다. 

회사 책 모임은 다양한 직군, 다양한 연차의 사람들이 모여있다. 그래서 각자 읽고 싶은 책 읽고, 공유하기가 원칙인데, 한 번은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나누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이달의 책'을 정하게 됐다. 모두가 읽기 좋은 책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결국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멤버들에게 책 추천을 받았고 그중 3권을 정해 투표를 했다. 가장 높은 표를 받은 책을 이달의 책으로 정해 같이 읽었다. 


3. 어떤 규칙을 가질 것인가 

모든 모임에는 규칙이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강제성이 없다고 해도, 모임을 하는 목적은 분명 있다. 따라서 그 목적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칙이 필요하다. 회사 책 모임은 이러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매일 읽고 공유하기 : 짧게라도 매일 읽는 습관을 가지도록 읽은 구절을 공유한다 

완독한 책을 기념하기 :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기까지는 집중력과 인내가 필요한 법. 책 한 권을 마쳤다는 건, 스스로 뿌듯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완독을 알리고, '자랑'하기 

오프라인 모임 참석자 위주 : 온오프 모임이 모두 가능하지만, 오프 모임을 우선으로 한다. 오프 모임 참석자에겐 식사를 제공하거나 특별한 혜택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계속 소통할 것 : 자칫 루즈해지기 쉬운 독서 모임, 꾸준히 대화할 거리를 올리거나 챌린지를 던져서 모임의 활기를 북돋는다. 


물론 강제는 아니다. 모임 참여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 


4. 재미가 있어야 한다

일을 왜 하나요?라는 질문에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생계를 위해, 커리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생계는 아니지만 부의 축적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위해 등. 나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 일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이유 하나가 또 있다. 바로 '재미'이다. 무슨 일을 할 때 '재미'라는 요소가 충족되어야만 그 일을 할 이유가 된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몰입도나 생산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재미없는 일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 '재미 포인트'를 찾기도 하고, 애초부터 재밌는 일을 하려고 찾아 헤매기도 한다.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라도, 재미가 생기면 즐겁고 생산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아무도 하라는 사람도 없고, 꼭 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 모임은 '하고 싶은 이유'가 분명 존재해야 한다.  

나는 그 이유가 '재미'이다. 나는 책이 재미있고, 책 관련 활동(책 구매하기, 책 찾아보기, 서점 둘러보기 등)을 좋아한다. 같은 결의 책을 읽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좋고 그 대화가 재밌다. 이런 이유에서 책 모임을 개설하고, 책 모임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새로운 독서 모임이 잘 진행되길 바라며, 글을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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