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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카페인 Nov 12. 2023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본 일의 태도

넷플릭스에 새로 공개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정신병동에서 일하는 의사, 간호사와 매회 등장하는 환자들의 이야기.

장르는 휴먼, 로맨스이다.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외과 3년 차 간호사인 주인공 정다은(박보영 역) 간호사가 정신과로 전과를 온다. 3년 차의 전과는 이례적인 일이라 다들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데, 그 이유는 곧 밝혀진다. 바로 지나치게 친절한 그의 태도가 문제였다.

수액을 맞으면서 팔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에게 그저 '아플 수 있다' '흔한 일이다' '주사 투입 속도를 늦춰주겠다'라는 매뉴얼적인 대답하는 간호사들과는 다르게 환자에게 먼저 다가가 '어디 불편하시냐'고 묻고, 팔이 아프다는 말에 주사 바늘 때문일 수도 있다며 서둘러 소아용 주삿바늘을 찾아 교체해준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다가 겨우 잠든 환자의 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혈압을 재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환자라면 누구나 바라는 이상적인 간호사의 모습이지만 바쁜 병동 상황에서 그의 지나친 친절은 동료 간호사들에게 다소 불편함을 준다. 환자 한명 한명에게 과도한 시간을 쏟으면 일의 속도가 떨어져 다른 간호사들이 이를 커버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결국 수간호사는 정다은 간호사에게 전과를 권한다.

정신병동으로 옮긴 정다은 간호사는 외과와는 확실히 다른 공기를 느낀다. 다소 긴장한듯 하지만, 3년 차다운 능숙함을 보이며 적응해간다. 그리고 여전히 친절하다. 망상증 환자의 '헛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눈높이를 맞춘다. 환자들이 털어놓은 각각의 사연에 누구보다 가슴 아파한다. 고시생 환자를 위해 노량진 헌 책방에 가서 책을 구해다주고, 집에 두고 온 고양이가 걱정된다는 환자를 위해 고양이 영상을 구해다주기도 한다. 

그녀의 이런 행동은 정신병동에서는 '좋은 자질'로 평가된다. 비록 그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실수를 비난하기 보다는 그가 가진 '기본 자질'을 더 값지게 여겨준다. 동료들은 '정다은 선생님은 정신병동이랑 잘 맞을 거 같아'라고 이야기한다.

한 사람의 역량은 어디에서 어떻게 발휘하냐에 따라 다르게 평가받을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아이디어를 던지는 사람이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냐 엉뚱한 소리만 해대는 사람이냐는 그가 맡은 일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분석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스마트한 분석가로 통할 수 있지만, 분석보다는 실행을 더 요하는 조직에서는 결과물없이 말로만 떠드는 사람이라고 평가받을 수도 있다.

정다은 간호사가 외과에 계속 있었으면 어땠을까. 성실한 태도를 가진 그는 '친절하면서도 민첩한' 간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그래서 진짜 친절하면서 일 처리도 빠른 간호사가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더 잘 쓰일 곳(정신병동)으로 온 후 더 즐겁게 일했고, 잘한다고 평가 받았고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가 각자의 쓰임을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꿈을 이루려면 그 꿈 근처에 있어야 된대요 

마지막 회차쯤 등장하는 여고생의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다. 또래보다 떨어지는 학습력과 지적능력을 가진 여고생은 비행기 조종사의 꿈을 가지고 있다. 학교 선생님과 친구들은 물론, 엄마조차도 그가 이루지 못할 꿈을 꾼다고 비난하지만 그 학생은 자신의 꿈을 접지 않는다. 학교로 돌아간 여고생은 여전히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른 후 정다은 간호사는 공항에 갔다가 그 여고생을 만난다. 그녀는 취업반 실습을 공항으로 나왔다고 말한다. 그의 실습 담당 선생님이 '꿈을 이루려면 그 꿈 근처에 있어야 된다'라고 했다며.


대학시절의 나는 졸업 후 무얼 해야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없었다. 목표가 없으니 치열하게 노력을 쏟는 일도 없었다.  다행히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글을 쓰고, 물성화하는 작업이 즐거웠다. 막연하게나마 글 쓰는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거 같다.

졸업반일 때에는 무어라도 해야지 싶었다. 당시 친구 중 한 명이 영화홍보사 인턴을 준비했는데, 얼떨결에 같이 지원을 했다. 나름 탄탄하게 준비해 오던 친구와는 다르게, 다분히 충동적이었던 나는 보기 좋게 낙방했다. 하지만 영홍보사 관계자들과의 대화 자체가 좋은 경험이 됐다. 그 길로 바로 영화 잡지 인턴기자를 지원했고 짧게나마 그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요즘 종종 커피챗 요청을 받는다. 대부분 수락하는 편인데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지금 이 길이 맞는지 모르겠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는 것. 그럴 때마다 비슷한 대답을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가 어떤 일(활동)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 지를 생각해 보세요. 어떤 사람들과 관계할 때, 어떤 환경에서 일하기가 편안한 지도 떠올려보고요. 잘 모르겠다면, 끌리는 대로 움직여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활동들은 마구 뿌려지는 점이 될 거예요. 그리고 어느 순간 점과 점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그 선들이 또 연결되어 어떠한 형태가 되는 것을 보게 될 거예요. 단, 너무 멀리 가지 말고 내가 그동안 쌓아왔던 것들 그 바운더리에서 점을 찍어 나가 보세요."

꿈이 있다면, 그 꿈 주변에 있어야 한다. 그것이 내 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내가 지금 한 일이 인생에 어떤 점을 찍는 것이라고 한다면 미래에 그것들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후 돌이켜 보니 그 작은 점들은 이미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_스티브 잡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이러한 내용 외에도 생각할 지점이 많은 드라마다.

자기 방어기제가 심해져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입원한 사람, 회사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애써 모은 돈을 보이스피싱 당한 충격으로 현실 도피하는 사람. 워킹맘으로 자신을 잊고 가족과 회사일로만 바삐 지내는 사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쯤은 겪을 만한, 내 주변 사람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담고 있다.

특히 몇 번의 시험에 떨어지고, 현실 도피성으로 정신병을 얻게 된 환자 이야기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겨우 치료가 되어 사회로 나갔지만, 다시 잘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에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그의 선택이 결국 죽음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슬펐지만, 아들의 죽음에 허망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모습에 엉엉 눈물이 났다. 아들의 장례를 마친 아버지가 병원 근처 벤치에 앉아 아들의 병실 창문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슬펐다. 아마 평소에도 그는 아들에게 가지 못하고 그 벤치에 앉아서 아들의 병실 창문을 보았으리라. 그저 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하지만 이제는 그 창문 너머에 아들이 없다. 그럼에도 그 창문을 계속 쳐다본다.



12회 차를 주말 낮밤으로 한 번에 몰아보기 했다. 그만큼 몰입감 있고 이야기의 흐름이 좋았다. 한 번쯤 보았으면 하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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