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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카페인 Nov 14. 2023

장인성 작가의 <사는 이유>

장인성 작가의 첫 책 <마케터의 일>을 재밌게 읽었다.


"직무 이야기를 쓴다면, 장인성 님의 마케터의 일처럼 쓰고 싶어요"라는 지인의 말에 밀리의 서재의 책 목록을 검색해 봤다. 마침 있었다.

휘리릭 읽혔다. 마케터가 아닌데도, '일'이라는 공통분모에서 공감이 됐고, '직장인'이라는 소속감에 친근감이 느껴졌다. 나도 내 일에 대한 글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장인성 작가가 새 책을 냈다고 했다. 첫 책에서의 호감이 그대로 작가에 대한 신뢰가 되어 있었다. 교보문고 사이트에 접속을 하고 보니 아직 예약 판매 중이었다. 책이 나오면 사야겠다는 생각에 창을 닫았지만, 요즘 통 정신없이 사는지라 한참이 지난 후에야 기억을 날듯하여 다시 창을 열어 예약 주문을 걸었다.


사는 이유는 에세이집이다. 인간 장인성이 'buy'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buy 하고 live 하는 이야기.


몸 여기저기 타투를 새기고

사진을 좋아하고

마라톤을 꾸준히 해온 사람


"아, 나랑은 굉장히 다른 사람이구나, 나랑은 다른 것을 즐기는 사람이구나, 그러면 나랑은 다른 삶이겠구나"

나는 <마케터의 일>을 재밌게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작가와 내가 굉장히 비슷한 취향의 사람일 것이라고 내심 기대를 했던 모양이다. 헌데, 초반에 나열된 이야기들에선 왠지모를 거리감이 느껴졌다. 이런 취향의 사람이라면 결국 삶의 방식도 다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생각이 바뀐 건, 작가가 집 이야기를 할 때부터였다.

옥인연립을 소개하며, 주거의 취향을 밝힌 페이지부터 나는 책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사를 좋아해서 18년 동안 무려 열두 번의 이사를 했다고. 그러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있는 오래된 연립주택을 만났고, 여기에서 6년을 살았다 했다. 오래된 집이었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에 있어서 오고 감이 쉽지 않은 위치였지만, 작가는 그 집을 좋아했단다.  

성수동에 살면서 서울숲에 자주 갔다는 페이지에서는 '서울숲 좋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비 맞는 게 싫어서 항상 우산을 가지고 다닌다는 이야기에는 장인성 작가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지레짐작까지 하게 됐다. 한 번도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인데, 책을 반쯤 읽으니 이미 나는 그를 꽤 친근하게 여기고 있었다. 마치 오래 봐온 지인처럼.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한 페이지는 '어느 시간강박증 환자의 고백'이다. 이 부분이 없었더라면, 아마 나는 이 책 리뷰를 굳이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직장생활을 오래해서인지, 아니면 내 일이 유독 그래서인지 나는 시간 개념이 굉장히 철저한 편이다. 약속 시간을 잘 지키고, 가만히 (멍하니) 있는 시간을 최소로 하고, 주말에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좀 더 싼 주유소를 찾아가기 위해 좀 더 먼 거리를 가거나 좀 더 싼 물건을 사기 위해 몇 개의 쇼핑몰을 뒤지는 건 웬만해선 안 한다. 크게 차이가 안나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시간을 쓰는 게 아깝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나이기에 작가의 시간강박증이 반갑게 느껴졌다. 평소 시간에 대한 나의 생각이 조금 유별난가 싶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하는 동지를 만난 듯했다. 반갑고 또 반가웠다.


이미 작가의 취향에 마음을 연 나는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작가의 고민들이 마음의 와닿았다.

나에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부일까 명예일까, 권력일까. 그것도 아니면 무엇일까.

나는 더 나답고 싶다. 성실하게 단정하게 살며 꾸준히 계속하고 싶다. 호기심을 가지고 반짝이는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들 가운데서 좋은 생각을 발견하고 감탄하고 싶다.


결국 작가가 하고픈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나는 이 말에 공감했다.



내가 사는 이유, 살아가는 이유, 살아갈 이유.

한동안 이 고민들을 하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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