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고비에서 피운 찹쌀꽃

방앗간에서 하얀 찹쌀꽃이 피던 날

by 찹쌀꽃

결혼하고 3년쯤 되었을 때였어요.

그땐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어요.

남편이 하던 사업이 IMF 여파로 부도가 나고, 우린 갈 곳이 없었죠.

결국 어머니가 혼자 운영하시던 방앗간으로 들어가 함께 살게 되었어요.

그 방앗간은 늘 분주했어요.

떡도 하고, 고춧가루도 빻고, 참기름도 짜고,

명절이면 한과까지 만들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몰랐죠.

그것도 힘이 들지만 홀어머니와 산다는 것은

쉽지 않았죠?

힘든 것을 버틸 수가 있었던 건

그때 처음 한과를 튀기는 것을 보았어요.

딱딱한 찹쌀 반대기가 기름에 들어가니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부드러워지고,

다시 높은 온도에 넣으니 갑자기 부풀어 오르며 하얀 꽃처럼 피어나는 거예요.

그 순간 마치 제 마음에도 무언가 환하게 피어나는 듯했죠.

신기했고, 처음 보았고 지금도 그때 그 기억은 잊히질 않아요.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머니가 말씀하셨어요.

세상에는 쉬운 게 없단다.

네가 손으로 정성 들인 만큼, 마음도 꼭 따라가야 해.

그 말이

그날의 하얀 찹쌀꽃이 피느날

제 삶에도 조용히 피어나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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