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의 산과 물이 들려준 하루

굿뜨래 농업대학 현장견학 이야기

by 찹쌀꽃


부여에도 어느새 초여름의 숨결이 스며들었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산뜻한 푸르름이 번진다.

그 아침, 굿뜨래 농업대학 수업의 특별한 시간이 시작됐다.

오늘은 책 대신 농장을 배우는 날.

이론이 아닌 삶으로부터 듣는 농부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산이 품은 만석이네 농장


처음 도착한 곳은 만석이네 농장.

이름부터가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남편분의 이름 '만교'에서 '만', 아내분의 이름 '석'에서 '석' —

부부의 이름이 나란히 섞여 만든 이곳엔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시간이 담겨 있었다.


농장은 무려 6만 평.

푸른 산이 온전히 이들의 삶이 되어 있었다.


봄이면 두릅과 가죽나물, 고사리가 순을 틔운다.

아침마다 산길을 오르며 따낸 봄나물들은 매일이 새로운 수확이다.

그리고 가을이면 부여의 자랑, 홀랑 밤이 고개를 든다.

칼집을 넣고 구우면 껍질이 한 번에 '홀랑' 벗겨진다 하여 붙여진 이름.

이름마저도 정겹다.


이곳에서는 고사리 체험도 열린다.

벌써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산의 봄을 함께 채워갔다고 한다.

농장 대표님의 눈빛 속엔 그 시간들이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견학을 마칠 무렵, 여자 대표님께서 소담한 꾸러미를 내어주셨다.


"굿뜨래 농업대학 후배들이 온다기에 아침에 수확했어요."


싱그러운 가죽나물이 고운 빛을 띠며 우리 손에 안겼다.

비닐봉지 너머로도 느껴지는 산의 숨결.

그 따뜻한 손길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렀다.


물 위에서 피어난 스마트팜 샐러드 농장


다음으로 향한 곳은 또 다른 풍경이었다.

흙이 아닌 맑은 물 위에서 자라는 채소들.

스마트팜 샐러드 농장.

수경재배 시스템 속에서 자라는 쌈채소들은 반듯하고 건강했다.

흙먼지 없이 자라 신선함이 그대로 살아 있고,

잎을 하나하나 따는 수고 없이 통째로 수확해 바로 출하한다.


이곳을 바라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부여에도 이런 젊은 농부들이 더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기술과 자연이 손을 맞잡는 이 농업의 모습은

어쩌면 부여가 앞으로 걸어갈 새로운 길일지도 모른다.


조용한 뿌리의 다짐


짧지만 깊었던 오늘 하루.

산의 품 안에서, 물의 맑음 속에서,

농부들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삶을 보았다.


그들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 쌓여온 정성과 인내는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마음 한편에 작은 바람을 품었다.


이 땅 어딘가에도 또 누군가가 씨앗을 심고, 뿌리를 내리고,

이렇게 조용히 하루하루를 채워가길.


조용하지만 단단한 부여의 농업처럼.

그렇게 오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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