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에서 산 것들을 주르륵 펼쳤더니 양이 꽤 된다. 여러 군데에서 샀으니 매장 명함이며 영수증이 비닐 포장마다 들어있다. 명함과 영수증을 보며 매장 주인과 골랐던 제품을 떠올렸다. 지금은 몇 개 안되지만 나중에 종류가 더 많아지면 분명 헷갈릴 게 분명하다.
구글 드라이브를 열고 새로운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다. 이곳에 매장별 연락처와 부자재, 제품을 기록해두면 관리하기 편할 것 같다. 부자재도 오링, 랍스터 연결고리는 A매장에서, 체인은 B매장에서 샀으니 종류별로 정리해두어야 한다. 제작해보고 상태가 별로다 싶으면 다른 매장에서 구매해야 하니까.
부자재로 간단한 팔찌와 목걸이를 제작했다. 공방 수업에서 만드는 것과 이렇게 직접 사 온 부자재로 만드는 건 모든 게 달랐다. 공방에선 재료와 필요한 모든 것이 주어진다. 그것만으로 핸드메이드 제작에선 절반 이상 준비가 되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공방 선생님이 내어주신 크리스탈은 지식이 부족한 내 눈에도 질이 좋아 보였다. 나중에 들으니 판매용 크리스탈보다 좀 더 좋은 것들을 쓴다고 했다.
차마, 선생님에게 어느 매장에서 거래하시느냐고 묻지는 못했다. 남의 장사 비밀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았으니까. 남대문의 어디어디 건물에서 부자재와 완제품을 판다는 정보를 받았으니 하나씩 돌아보며 거래할 곳을 찾는 건 내 몫이다.
단순하게 기본부터 시작하자. 긴 체인을 적당한 길이로 끊고 끝엔 오링과 랍스터를 연결한다. 터키석 펜던트를 달아주니 목걸이 완성! 어떤 체인을 쓰는가, 어떤 펜던트를 쓰는가, 펜던트를 여러 개 쓰는가, 목걸이 길이를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서 분위기가 확 바뀌고 여러 가지 목걸이가 탄생한다.
크리스탈을 조합해서 팔찌도 만든다. 크리스탈 크기와 컷팅도 다르고 중간에 끼워주는 장식도 모두 내 마음대로 정한다. 여기서 필요한 건 무엇? 바로 창의력! 만드는 건 기술적인 부분이고 나만의 독특한 주얼리를 만들려면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남대문에서 파는 무수한 완제품들도 누군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창조를 하려면 모방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모방에서 그치는 결과물이 더욱 많기도 하다. 그러니 잘 팔리는 디자인이 나오면 금방 카피 제품이 나오고, 카피 제품을 잘 파는 건 이미 많은 고객을 확보해 둔 잘 나가는 업체들이다. 슬프지만 이것도 현실이니까. 그래도 모방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제작자에겐 이미 충분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닐까.
내내 몸을 구부리고 열심히 만든 목걸이를 주얼리택에 고정한 뒤 투명 비닐 포장에 담았다. 이젠 조금 판매 제품 티가 나는 것 같다. 미리 몇 개를 만들어두면 주문이 들어왔을 때 겉포장만 해서 택배박스에 담으면 된다. 샘플로 만든 최초의 것은 사진을 찍어야 하니 따로 빼두었다. 사입한 제품 사이에 놓았더니 꽤 잘 섞여 보인다.
사입한 제품들은 반대로 비닐을 하나씩 뜯었다. 이젠 본격적으로 제품 사진을 찍고 보정도 하고, 스마트스토어에 올릴 상세페이지 작업을 할 차례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