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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an 01. 2020

시작의 글

2019년을 떠나보내며, 2020년을 맞이하며


2019년의 마지막 밤은 어느새 7년째 함께 하고 있는 룸메이트이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인 현지와 함께 보냈다. 문래동의 한 주점에서 육회, 닭튀김과 함께 소맥을 말아먹고 거나하게 취해 집에 들어왔다.

맥주를 한 캔씩 더 마시며 친구들한테 전화를 걸어 연말이니까 할 수 있는 낯간지러운 말들을 건넨다. 모두가 술에 취해, 분위기에 취해 한껏 들떠있다. 친구들 역시 올해도 건강하고 행복하자며 맨정신엔 하기 힘든 말들을 스스럼없이 건넨다. 멀리 알바를 하러 간 남자친구에게도 전화를 건다.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잘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TV를 보고 있을 부모님에게도 전화를 건다. 추운 날씨가 무색할 정도로 연말의 분위기는 참 따뜻하다.


2020년의 새해가 밝았다.


숙취가 가시질 않아 두어시간 더 잘까 하다가 이불을 젖히고 일어났다. 대충 세수만 하고 나갈까 하다가 샤워기를 틀고 온 몸을 구석구석 닦았다. 스스로를 가장 위하기로 마음먹은 해인만큼 첫날부터 씻지도 않고 집에 박혀 있고 싶지 않았다. 부지런히 움직여 잘 정비해본다.

제일 좋아하는 집근처 카페에 와서 2020 버킷리스트를 적었다.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아 목록이 넘쳐났던 작년에 비해 올해의 버킷리스트는 단출하다.


울타리가 없는 삶은 나에게 너무 낯설고 어려웠다. 스스로를 지탱하는 추가 없어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들에 계속해서 휘둘렸다. 그 말들에 따라 당연하게 자격증을 따고, 수많은 자소서를 쓰고, 인턴을 했다. 내면의 소리를 아예 외면한 채 그저 그럴 듯해 보이는 삶을 열심히 좇았고, 그 결과는 공허함이었다.


2020년에는 내면에 묵직한 추를 하나 만들고 싶다. 스스로 중심을 잘 잡으며 지금 하는 일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좀 더 몰두할 수 있었음 좋겠다. 불안함, 공허함 보다는 뿌듯함과 성취감을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저런 고민 많았어도 주변의 좋은 사람들 덕분에 아무 생각없이 웃을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던 건 확실하다. 올해엔 나로 인해 나의 소중한 주변 사람들이 많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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