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자
단미 수술 (Tail docking)은 동물의 꼬리를 자르는 수술을 말한다. 미리 말하자면 나는 단미수술을 반대한다. 왜냐하면 21세기 현재에는 사냥견이나 목축견들은 거의 사라졌고 애완견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애완견들에게 영국애견연맹 (TKC)나 미국애견연맹 (AKC)에서 인위적으로 정한 견종표준 (Breed standard)를 위해서 과학적 근거 없이 주관적인 미적기준을 적용해서 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수술은 반려견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하는데 로마시대로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사람들은 꼬리 끝을 살짝 자르거나 혀의 끝부분을 자르면 광견병으로 부터 개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긴 꼬리를 가지고 있으면 사냥감을 잘 추적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꼬리 끝만 살짝 자르고 대부분 남겨놓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개들은 완전히 단미를 했는데, 개를 이용한 사냥은 귀족만 할 수 있었던 스포츠였기 때문에 서민들이 사냥게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영국 조지 왕조 (18~19세기)에는 개의 긴 꼬리에 세금을 매겼는데 이때까지도 사냥은 부자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꼬리를 유지하고 있는 개를 가진 사람은 부자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이것 때문에 1796년까지 서민들은 개의 꼬리를 잘랐다고 하니 웃긴 일이다. 복지 강국이 되려면 개 꼬리나 사람 머리에 세금을 내야하나보다.
이렇게 중세시대 까지만 해도 애완견의 개념이 희미했기 때문에 덤불이나 초원에서 뛰어 다니면서 도깨비풀이나 씨앗 같은 걸 잔뜩 묻혀 온 뒤에 꼬리를 막 흔들면 파고 들어서 감염이 생기는 경우도 많았고 테리어 같은 경우는 쥐사냥을 하다가 땅에 걸려서 꼬리뼈가 부러지거나 탈골되면서 고통을 일으키거나 감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그렇기 떄문에 척추손상의 위험을 줄여준다던지, 속도를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혹은 사냥 도중에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미리 자르는 수술을 했다. 하지만 완전히 자르거나 미용목적은 없었고 꼬리가 너무 길었을 경우에만 수술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럼 언제부터 미용목적으로 꼬리를 자르기 시작하게 된걸까?
1886년 파스퇴르가 광견병 백신을 발명하고 나서 광견병을 위해서 단미수술을 해야하는 이유는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브리더들이나 견주들은 꼬리를 자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몇가지 종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외형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1891년에 출판된 The American Book of the Dog라는 책에 보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외형을 꾸미기 위한 용도로 시작되었는데, 심지어 철저히 사냥목적을 위해 브리딩 한 포인터들에게 조차도 '미적 추구'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단미술을 했다고 한다. 1950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도그쇼에서는 단미수술을 공식화했는데 단미수술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신경쓰지 않았다고 한다.
자르는 꼬리의 길이는 다양하지만 소위 '종표준'에 맞춰서 자른다. 밑에 사진은 미국 코카 스파니엘 브리더가 자기 홈페이지에 게재한 어디를 잘라야 하는지에 대한 사진이다.
아래 동영상은 미국 농장에서 단미술을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는 비디오다.
한 1분쯤 자기는 농장을 운영하고 개인적으로 푸들의 미적 추구를 위해서 이걸 한다, 나를 깔 사람은 애초에 보지를 말아라 어쩌고 저쩌고 설명을 시작하고 2분경 꼬리를 자르는데 유튜브 사이트에 해당 동영상에 들어가서 댓글을 읽어 보면 많은 사람들이 겁나 비난을 하고 있다.
대부분 단미수술은 처음 태어나고 10~14일전에 이뤄지게 된다. 수의사나 브리더들에 의해서 주로 마취없이 이루어지는데 이 기간동안 강아지는 너무 어리기 때문에 큰 고통이 가해져도 고통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신경이 살아있는데 고통스럽지 않을리는 없다. 나이가 어렸을 때 끼치는 고통이 나중에 신경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하거나 정량화 하기가 힘들다.
미국 수의사 협회에서는 1976년부터 종표준 (breed standard)를 위해서 단미나 단이 (cropping: 귀를 자르는 수술) 수술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반대파, 찬성파, 중립파가 난무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여전히 단미와 단이에 관한 규제는 없다. 뉴욕과 버몬트 주가 최근 단미수술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아직 공문화 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단미수술은 1998년 유럽연합 (EU)과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 불법으로 지정되었다. 아래 지도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빨간색이 단미수술이 금지된 국가이고 남색은 허용하고 있는 국가이다. 한국은 회색인걸 보면 중국이나 몽골, 아프리카나 중미국가들과 같이 아무 규정조차 있지 않은 상황인 것 같아보인다.
현재 미국 수의사 협회에서 예방/사전적으로 단미수술을 권장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 경비견의 꼬리가 길어서 잡히거나 혹은 정상적인 행동이 방해될 때
- 포인터와 같은 사냥견이 덤불에 들어가다가 꼬리끝이 다칠 수 있는 경우
- 털이 긴 장모견의 꼬리에 흙이나 먼지나 달라붙어서 위생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
단미수술에 대해 제대로 된 과학적인 연구결과가 나온적은 없다. 지금까지 이뤄진 가장 큰 연구결과에 따르면 위에 언급한 부상들이 벌어질 경우는 0.23% 밖에 되지 않으며, 부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도의 연구결과 수준이다. 같은 사냥개 (포인터)라도 German longhaired pointer와 German shorthaired pointer중에서 Shorthaied pointer만 단미수술을 해주고 다른 포인터들은 단미수술을 하지 않는, 다소 이해가 안되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Why me?)
개에게 꼬리가 하는 역할과 필요한 이유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증명된 적은 없다. 하지만 그것이 개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임은 분명하고, 꼬리가 개들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몇가지 연구결과에 의하며 꼬리가 없는 경우 개들 사이에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지며 요실금 (incontinence)을 유발한다고 한다.
당연히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 눈썹이 왜 있으며, 손톱은 왜 있고, 머리카락은 왜 있겠는가?? 개 꼬리는 이보다 더 중요하면 중요했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꼬리를 통해서 여러가지 감정표현을 하면서 의사소통을 하고, 항문낭이나 자신의 체취를 퍼뜨림으로써 서열을 정하는 역할을 하고, 산을 오르거나 점프를 하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운동을 할 때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현재 개가 꼬리를 사용하는 가장 설득력있는 이론이다. 특히 두번째 이론이 흥미로웠는데 개가 자신보다 강자를 만났을 때 꼬리를 내리는 이유가 항문낭에서 나오는 냄새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미수술을 해야하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들도 발생한다. 꼬리에 종양이 생겼거나 치료가 힘든 만성 농증이 발병했을 때, 치명적인 상처가 났을 때 혹은 강아지가 꼬리에 선천적인 기형을 가지고 태어났을 때와 같이 의학적인 이유로 꼬리를 자르는 것은 미용적인 단미수술 (tail docking)에 해당하지 않는다.
애초에 올드잉글리쉬쉽독이나 오스트레일리안쉐퍼드, 박서 (Boxer)와 같이 이미 짧은 꼬리를 가진 밥테일 (Bobtail) 견종들은 단미수술의 대상이 아니다.
아직 한국은 개 단미수술을 해야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논의된 장이 마련된 적 조차 없다. 많은 수의 강아지들이 강아지 공장에서 나오기 때문에 (90%이상), 예쁘고 귀엽게 생긴 강아지들은 농장에서 단미/단이 수술을 해서 애견 경매장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 후 애견 경매장에서 낙찰을 받은 강아지들은 펫샵에서 팔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분양받기를 원하는 반려인들은 수술을 받았는지, 아닌지 알기가 힘들다.
우리는 개가 아니기 때문에 결코 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은 전문가의 의견이나 과학적인 근거가 아닌 몇몇의 경험을 바탕으로 단미수술을 정당화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Refer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