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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khokwon Jan 06. 2021

무항생제 축산물은 의미없다??

반려동물 먹거리

여러가지 일들이 동시에 찾아와서 당분간 블로그에 글을 쓸 여력이 없었다. 이제야 몇가지를 올려본다. 


어떤 글을 쓸까 하다가, 몇번 나에게 질문이 들어왔고 리서치를 해보면서 논란의 여지를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무항생제 축산물 대한 글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사람음식도 마찬가지이지만 요즘 생기고 있는 수많은 펫푸드 업체들은 무항생제 고기를 사용했다는 광고를 하면서 프리미엄 제품라인을 구축한다. 

무항생제 고기는 정말 의미가 있는 것일까?


 



2016년 (내가 미국에 있을때였군) MBC에서 보도자료가 하나 올라왔다. 무항생제 고기는 그냥 이름만 무항생제일뿐 일반 고기와 다를 바가 없고 오히려 인증제도로 정부가 생필품 가격을 높힌다는 보도였다. 도축전에 항생제 휴약기간을 약간 늘리는 차이일뿐, 큰 차이가 없으며 어차피 도축 후에 고기 검사를 할 때는 항생제, 호르몬제에 대한 잔류 검사를 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여야 된다고 전문가는 설명한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16/nwdesk/article/3852109_30244.html




현재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친환경 농/축산물은 아래와 같다. 


 

무항생제 축산물 혹은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으려면 첨부파일에 있는 인증절차를 밟아야 한다. 절차는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저대로 따라하면 별건 없다. 시설 구축하고 각 단계마다 인증을 받아야 하고, 합성향균제나 호르몬제가 들어있지 않은 조금 더 비싼 사료 (요즘 사료들은 이런거 안 넣는다) 들을 급여하면 된다. 모두 돈만 투자하면 가능한 것이다.



첨부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ㆍ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시행 2020. 1. 1.] [농림축산식품부령 제354호, 2018. 12. 31., 일부개정]




우리가 느끼는 문제점은 아래 3가지로 귀결된다.


1. 이런 인증을 꼭 받아야할 필요가 있는가

2. 인증을 받는데 들어가는 비용

3.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은 나쁜제품인가?





누가 생각해도 필요한 인증제도들이 있다. 예를들어 건축자재 중 콘크리트를 만들 때 굳기 및 강도에 대한 측정을 한다거나,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드는 섬유에 포함된 화학 용해제 (솔벤트) 검사와 같은 검사들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정상적인 도축흐름도 대로라면 문제가 없는 축산물 시장에서 무항생제 축산 인증제도가 정말 필요한 것인가?



인증을 받는 절차가 까다롭고 정부 관공서에 지속적으로 인증제도를 위해 매년 인증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이것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예를 들어 아래에 첨부한 표는 인증을 하면서 들어가는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큰 돈이 아닌, 단순히 인증을 받은 뒤 조사만 요청하는데 들어가는 단순 심사관리비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라는 곳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면 이를 기준으로 사기업에서 심사를 진행한다. 


   



인증제도를 하나 운영하려면 사무실이 있어야 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하며, 일을 처리하는 사무 인력이 들어가고 공무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기업에 하청을 주면서 인건비 및 업무활동비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하청을 받는 기업들이 보통 고위공무원들이나 기업임원들이 은퇴 이후에 낙하산으로 사외이사로 들어가는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가 ㅋㅋ) 이런 비용들은 사업자들이 지출하는데, 결국 사업자들이 지출한 비용은 식품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실제로 모든 축산물은 도축을 하게 되면 아래 흐름도를 따라서 절차를 진행한다. 그리고 잔류물질 검사와 항생제내성균 검사를 통해 먹기에 적합한 축산물인지 검사를 한다. 그리고 이런 잔류물질 검사에서는 무항생제 인증에 명시해놓은 항생물질, 합성향균제, 그리고 호르몬제 검사를 진행한다. 무항생제 축산물이나 그냥 축산물이나, 유기축산물이나 모두 도축검사 흐름은 같으며 도축검사에 합격하는 기준도 같다.


  



필요성과 비용 이외에도 정상적인 하지만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어차피 판매자는 여러가지 옵션을 제공할 뿐, 무슨 제품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맡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무슨 상관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인증을 받지 않은 곳이 마치 비윤리적이고 사육에 신경을 쓰지 않는 곳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용 고기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마시는 우유 업계에서도 비슷한 이슈가 문제가 되고 있다. '무항생제'라는 워딩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무항생제 우유가 마치 일반우유에는 항생제가 들어있을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우유도 도축검사와 마찬가지로 매일 집유할 때 항생제 잔류검사를 해서 불합격 시 전량을 폐기하기 때문에 항생제 검출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무항생제 우유라고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분만, 거세등에 예외규정을 두고 휴약기간은 2배 (일반이 7일이라면 무항생제는 14일)로 늘리는 것이 의미가 있냐고 주장한다.




http://www.chuksannews.co.kr/news/article.html?no=234910




난 반려동물 수의사를 하기전에는 말 수의사를 했었고, 말 수의사를 하기전에는 대학교 실험실에서 대동물과 관련된 실험실에서 몇 가지 논문을 썼다. 아래 논문이 내가 참여했던 논문이다. 이것 이외에도 소의 곰팡이병인 링웜 혹은 질병과 혈액수치와의 연관관계와 같은 몇가지 논문들을 작성하고 참여했다.


 



각설하고 이런 논문들을 작성하면서 젖소와 우유 생산으로 유명한 경기도 이천, 파주, 한우로 유명한 경북 안동과 강원도 영월과 같은 지역에서 각각 2달동안 지내면서 임상 수의사들을 따라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 기간동안 여러가지를 느꼈는데 그 중 중요한 한가지 사실은 현실적인 농장환경에서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기란 불가능 하다는 것이었다. 



반려동물처럼 개체치료가 힘들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항생제와 소염진통제는 대동물 수의사들과 농장주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약이다. 수의사들이 출장을 가게 된다면 출장비만 30,000~50,000원에 주사제 비용, 등등이 추가되니 수의사들을 부르기가 꺼려진다. 산업동물은 경제성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장주들은 항생제나 소염진통제들을 구비해놓은 뒤에 자가진료를 한 뒤, 해결이 되지 않으면 그때서 수의사들을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무항생제나 유기축산물 인증 농장이라고 할 지라도 돼지나 소, 닭에게 항생제를 주었는지 안 주었는지 검사할 길이 없다. 해당 공무원들도 24시간 붙어서 검사를 할 수 없고 인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농장주와 수의사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닭을 키우면서 계란을 출하하시는 분이 작성한 포스트이다. 쌀 부산물을 사러 갔는데 물건이 없길래 확인해보니 다른 지역에서 유기축산물로 인증을 받은 뒤에 계란을 하나에 1,000원씩 파는 업체에서 모두 구매를 해갔다는 것이다.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으려면 식재료가 모두 유기농으로 만들어져있어야 하지만 유기농 인증도 받지 않은 쌀, 그것도 쌀이 아닌 쌀에서 나온 부산물을 구매 한 뒤에 적절히 거짓과 진실을 섞은 사료를 주면서 유기축산물로 판매를 하고 있다니 어이가 없어서 글을 적어두었다.


https://blog.naver.com/sdw8474/221894305284


차라리 사람 중심의 무항생제 인증보다는 동물들이 농장에 지내는 동안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동물복지 농장 확대에 에너지를 집중해서 더 쏟는 것이 어떨까 싶다. 세상에 믿을 놈 찾기 힘들다더니 알면 알수록 의심만 깊어지는 세상이다. 



놓친 점이나 틀린점이 있다면 피드백 혹은 건설적인 비판은 언제든지 환영.





출처

https://www.enviagro.go.kr/portal/content/html/info/signintro.jsp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691&ccfNo=2&cciNo=1&cnpClsNo=2

https://www.gov.kr/portal/service/serviceInfo/525000000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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